작가는 아이가 생기면서 마트에 가면 유기농 코너에 서성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만 커진다. 유기농 브랜드에 그려진 목가적 풍경에 잠시나마 위안을 해 볼 뿐이다.
(110×155cm, 8월27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
구원을 향한 인간의 간절한 바람, 맹목적이며 광기어린 믿음, 그렇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 현실적 불안감에 괴리감까지 느끼게 된다. 유기농 코너를 서성이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더 이상 유토피아는 희망적인 아름다움만으로 가득 찬 낙원이 아닌 인간들의 부질없는 욕망이 탄생시킨 허망한 상상의 파편들은 아닐까 질문을 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제 더 이상 기존의 가치관이나 이념, 사회적 통념의 ‘발언’에 최면이 걸리거나 잠잠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말해주고 싶은 모양이다. 유기농에 대한 맹신도 불안과 실망 사이를 오갈 뿐이다. 어쩌면 불안, 환상, 구원은 인간 감정의 굴레가 아닐까.
편완식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