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시대를 주도하려는 리더십 경쟁이 한창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엔화 공세로 동남아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동남아에서 중국과 일본 간의 경쟁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역내 인구 6억5000만명의 동남아는 외부 세계의 유화정책으로 매년 5%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동남아의 3대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평균연령은 27세다. 중산층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시장이 활발하다. 우리가 기회를 살려 자본과 기술협력에 보다 힘쓴다면 동남아의 자원·시장성·노동력과 상생적인 동반자 관계를 다질 수 있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동남아학 |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아세안 구도에 접근시키기 위해서는 아세안의 기본 원칙인 ‘만장일치’와 ‘내정불간섭’이라는 ‘투 트랙’ 전략에 유념해야 한다. 아세안이 지역협력기구로 동남아 역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치·외교 전략과 대역외 경제협력 전략은 분명히 하나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개별 국가의 전략도 엄존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북핵 같은 예민한 문제는 투 트랙 전략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문화적 이해 제고와 공감대 확대도 필수적이다. 2016년 한 해 600만명의 한국인이 동남아를 방문했다. 동남아에서도 200만명이 관광객, 근로자, 유학생 신분으로 방한해 상호 교류했다. 국내 거주 동남아인은 대략 50만명이며, 같은 수치의 한국인이 동남아에 살고 있다. 문화적 이해 제고와 공감대 확대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국가적 과제다. 동남아는 전 세계에서 한류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지역이다. 한류를 매개로 한 문화소통을 통해 동남아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한국만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주요 대학마다 한국학과가 인기다.
무엇보다 동남아 국가에 대한 바른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 동남아 각국은 모두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싱가포르와 브루나이처럼 국민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나라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소득 격차가 현격하게 크다. G20(주요 20개국) 국가군에 속해 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세계 경제전문기관의 향후 전망은 우리보다 낙관적이다. 당장의 손에 잡히는 소득으로 문화수준을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동남아를 다시 보아야 한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동남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