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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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리’‘방구마을’‘푸킹마을’… 웃지 못할 특이한 지명들

“우리 초등학교 이름을 바꿔주세요”

부산 기장군의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외침이다. 학생들이 지난 5월부터 학교이름 바꾸기 운동을 시작한 이유로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었다. 학교 이름이 바로 ‘대변초등학교’인 것. 학교의 이름을 위치한 마을인 ‘대변리’에서 따오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대변(大邊)은 해변이 크다는 뜻인데 사람들은 자꾸만 다른 뜻의 대변을 연상한다.

학생들은 학교 이름 때문에 다른 동네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다며 동네 주민 3000여명에게 학교이름 변경 지지 서명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방구마을에서 삽니다”, “야동리에서 왔어요’

특이한 지명 때문에 피해 아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대변초교 학생 뿐만이 아니다. 전국 수십 여곳의 마을이 특이한 지명으로 본의 아니게 웃음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 서구 화정동의 방구마을, 인간의 생식활동을 뜻한 것은 아니지만 지명을 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생식활동의 ‘방구’를 떠올릴 것이다. 또한 인간의 신체를 떠올리게 하는 특이한 지명도 많다. 전북 풍산면의 대가리, 용인 처인구의 유방동, 수원 장안구 정자동, 울산 울주군 온양읍 발리 등이 있다.

이같은 지명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살면서 불편도 느꼈을 법 하지만 이제는 달관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유방동에 거주하는 김모(62)씨는 “이 곳에서 수 십년을 살았는데 이웃 동네 주민들로부터 많이 오해를 받았다”며 “이제는 독특한 동네 이름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해 진영읍 우동리, 군위 의흥면 파전리, 양산 웅상읍 소주동, 보은 산외면 탁주리, 제천 수산면 계란리 등 같은 음식을 연상케 하는 지명도 특이한 지명으로 손에 꼽힌다. 음식 이름과 비슷한 지명은 차라리 낫다. 성(性)을 연상케 하는 지명은 부르기도 민망하다. 음성 생극면 생리, 금산 제원면 자지산, 당진 송악읍 불알산, 천안 성거읍 남창마을, 김천 신음동, 충주 소태면 야동리 등이 있다.


군인들이 익숙할 법한 마을도 있다 합천군 영창리, 군산시 임피면에 위치한 소령마을과 대령마을이다. 마을 주민이 소령과 대령 계급의 군인들로 이뤄진 것은 물론 아니다.

다섯개의 덕을 뜻한다는 훌륭한 의미도 세월이 지나면서 오해를 부르곤 한다. 철원 동송읍, 포항 북구, 부여 충화면, 옥천 안내면에 위치한 오덕리(五德里)다. 일본에서 마니아 수준을 넘어서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오타쿠(オタク)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오덕’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사회 각 계층에서 좌천 당한 사람들이 살 것 같은 기장 장안읍 좌천리, 북한과 전혀 상관없는 부여 증산리 종북마을도 대표적인 국내 특이한 지명이다.

◆해외에서도 특이한 지명들 큰 웃음

해외에서도 특이한 지명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특이한 지명으로 가장 유명한 마을은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에 위치한 ‘푸킹’ 마을이다. 독일식으로 읽으면 큰 오해가 없지만 영어식으로 읽으면 욕을 뜻하는 ‘Fucking’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지명 때문에 이 마을 입구의 표지판은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가장 많이 도난 당했다. 또 괴짜 연인들이 이 마을 간판 앞에서 성관계를 가지는 통에 마을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다가 달관하기로 했다.

마을 주민들은 2008년에 캐나다, 미국, 영국의 록 밴드 중 이름에 Fuck이 들어가는 단체들을 섭외해 록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2010년에는 마을 이름을 따서 ‘Fucking Hell’이라는 맥주 브랜드를 출범했다. 영어로 읽으면 강렬한 욕을 뜻하지만, 독일어로 읽으면 ‘푸킹(마을)에서 만든 밝은 빛깔의 맥주’라는 뜻이다.

또한 프랑스의 ‘꽁동(Condom)’시. 프랑스 어로는 아무 이상 없지만 영어로 읽으면 피임기구를 뜻하게 된다. 이밖에 성 기구를 뜻하는 캐나다의 ‘딜도(Dildo)’시, 국내 대변리와 비슷한 사정을 겪는 이란의 ‘Shit’도 농담거리가 되고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