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에는 “진천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용인으로 간다”는 말이 내려오고 있다. 이 말은 ‘진천은 산천이 아름다워 살기가 좋은 곳’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여름 휴가철 가족과 함께 진천에서 맑고 깨끗한 자연을 벗 삼아 멋진 추억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천년을 이어온 농다리가 최근 149㎜의 비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다. 진천군 제공 |
◆천년을 이어온 농다리와 초평호의 하늘다리
중부고속도로 진천 IC에서 좌회전해 21번 국도를 타고 성석사거리에서 34번 국도로 또다시 좌회전하면 문백면 구곡리 마을 앞에 농다리 입구가 나온다. 농다리는 진천군 문백면과 건너편 초평면을 잇는 다리다.
이 다리는 고려 고종(재위 1213∼1259) 때 권신이었던 임연이 놓았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미뤄 고려 말쯤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다리는 멀리서 보면 다리가 아니라 마치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각을 세우고 반듯하게 돌을 깎아 만든 다리가 아니라 원래의 돌모양 그대로 쌓아 투박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듬성듬성 구멍도 뚫리고 발로 밟으면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큰 돌을 쌓고 그 사이엔 작은 돌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년 세월을 이겨낸 다리다. 이 다리는 강한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는 과학적 원리와 철학적 뜻까지 담고 있다.
‘조선환여승람’의 기록에 따르면 자석배음양, 즉 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을 이용해 고려 때 축조했다고 한다. 28개의 교각은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숙(宿)을 응용했고 장마 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 형태로 만들어 오랜 세월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지네가 기어가는 듯 구불거리는 모양으로 생긴 다리는 빠른 물살에 견디기 위한 구조다. 또한 교각 역할을 하는 기둥들은 타원형으로 만들어져 물살을 피하고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농다리는 1976년 충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만 해도 24간이 남아 있던 것을 고증을 통해 최근 28간으로 복원했다. 다리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부터 해마다 농다리 축제를 연다.
농다리축제. |
다리를 건너 앞산의 고개를 넘으면 거대한 호수가 눈앞에 나타난다. 1958년 진천군과 청원군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초평호다. 저수량이 1378만t에 달하는 충북 최대 규모의 저수지다.
고갯길을 내려가면 초평호와 인접한 산자락을 따라 산책로가 데크로 조성돼 있다. 걷다 보면 청소년수련원으로 가기 위해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양쪽 산을 연결한 다리는 하늘다리로 불리고 있다.
다리 아래는 물고기들이 노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이는 2㎞ 이내여서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초평저수지 주변에서 만든 요리는 붕어찜과 붕어조림이 유명하다. 붕어찜은 커다란 참붕어에 칼집을 내고 갖은 양념을 넣어 찐다. 붕어조림은 양념을 얹어가며 윤기가 나도록 졸여 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붕어요리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맛보아야 할 향토음식이다.
◆역사 속 주요인물 많아 교육장으로 활용
농다리 인근 문백면 봉죽리에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인 송강 정철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묘가 있다. 사당인 정송강사는 1665년(현종 6) 본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예전의 고양군 원당면 신원리)에 있던 묘소를 현재의 자리로 이장하면서 건립되었다.
송강정철 묘. |
정송강사전경. |
정송강사는 1976년 12월 23일 충북도 기념물 제9호로 지정되었으며, 송강기념관도 지어졌다. 기념관에는 정철의 유품인 은배, 옥배, 벼루와 친필 편지, 연행일기, 송강집, 송강가사, 송강집 판목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진천읍 상계리에서는 신라의 삼국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와 태실 등의 흔적을 접할 수 있다. 595년 태어난 김 장군의 태는 태령산 정상에 묻었다.
김유신 장군의 태실 모습. |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형식의 중요한 유적인 이 태실은 자연석으로 둥글게 기단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은 봉분형이다. 태실 주위에는 216m, 높이는 1~1.3m 규모의 태령산성이 있다.
진천읍 벽암리 도당산에는 김유신 장군의 영정을 봉안한 길상사를 만날 수 있다.
인근 진천읍 산척리에서는 헤이그 특사로 잘 알려진 항일 독립운동가 이상설(1870∼1917) 선생의 생가를 만날 수 있다. 이 선생은 이준 열사 등과 함께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의 특사로 참석, 독립을 호소했다. 앞서 이 선생은 1906년 중국 옌볜 룽징춘에 항일 민족교육의 요람인 서전서숙을 세웠던 인물이다.
이상설 생가 모습. |
인근 진천읍 장관리의 진천종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진천종박물관은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2005년 9월 개관되었다.
지상 1층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타종 체험장이 있다. 타종 체험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인 상원사 종과 가장 큰 종인 성덕대왕신종을 복원한 것을 직접 타종해 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진천=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