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주는 교훈은 자연이 제 위치에서 제 모습을 지키고 있으면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발휘해 인위적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 스트레스를 줄여 우리에게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기능이 약화되면 기능적 불균형이 생기며 환경문제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모태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 생활환경과 대비돼 생존환경으로도 일컬어지고 있다.
자연이 발휘하는 기능을 통해 우리가 얻는 혜택을 가치로 평가해보면 인간의 노력으로 이뤄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진행한 2010년의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경제학(TEEB)’ 최종보고서에서도 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한 국가 GDP의 5~20%에 달하고, 빈곤 국가에서는 50~9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러한 큰 혜택을 기대한 선진국은 이미 ‘생태적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훼손된 자연을 제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생태적 복원은 온전한 자연의 체계와 기능을 모방해 인간이 훼손시킨 자연을 치유함으로써 다양한 생물에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인류의 미래 환경을 확보하고자 하는 생태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 |
하지만 국내의 복원사업을 보면 이러한 생태적 복원의 기본적 접근 원리가 무시되고 있는 경향이다. 진단평가가 무시되고 훼손 정도나 지역의 특성 고려 없이 일방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고도 효과는 크지 않다. 대조생태정보도 거의 활용되지 않아 사업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복원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돼야 할 외래종이 도입되고, 생태적 공간분포를 크게 벗어난 외지종이나 적합한 서식처를 벗어난 생물이 배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가뭄 때 보면 수많은 식물이 고사하게 된다. 특히 생태계 파괴는 자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011년 7월 겪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에서처럼 인간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모습을 본 한 외국학자는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생태적 복원사업은 국제적 기준과 크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자연에 대해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망가뜨렸으니 제대로 고쳐줄 것인가 아니면 흉내만 내고 나의 이익만 추구할 것인가. 자연과 인간 관계도 상생의 의미가 존재한다고 볼 때 바르게 고쳐주면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거짓으로 고쳐주면 지금 우리가 겪는 환경문제처럼 후일 큰 재앙이 동반될 것이다.
무너진 생태환경을 복원시키는 일은 좀처럼 어렵다. 생태복원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 국민의 삶을 포함한 모든 문화유산의 환경을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태적 복원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우리 모두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