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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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미세먼지 80% 2차 생성… NOx·VOC ‘주범’

한·미 공동연구팀 원인 분석 / 가스서 화학반응 거쳐 입자 형성 / 배출 경유차·건설기계·냉난방 순 / 톨루엔·벤젠 등 오존에도 악영향 / ‘관리 사각’ VOC 강력 대책 요구
결국 문제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었다.

한·미 공동연구팀의 공동 대기 질 연구는 미세먼지를 잡으려면 국내 배출원 저감 노력이 필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히 노후 경유차 폐차 및 수도권 진입 제한 등의 조치에도 줄지 않는 질소산화물과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던 VOC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요구된다.

19일 발표된 공동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2차 생성이 80%에 이른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자동차 배출구에서 입자 형태로 배출되는 ‘1차 배출’과 눈에 잘 안보이는 가스 형태로 나와 화학반응을 거쳐 입자가 되는 ‘2차 생성’으로 나뉜다. 지금까지는 ‘2차 생성이 1차 배출보다 많을 것’이란 추측만 있었을 뿐 실측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올림픽공원에 있는 지상 관측소에서 관측된 미세먼지의 경우 76%가, 항공 관측에서는 무려 89%가 2차 생성분이었다. 기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비율이다. 이는 미세먼지 대책의 중심축을 2차 생성 방지 쪽으로 더 옮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수도권의 경우 1차 배출의 배출원은 비산먼지>경유차>건설기계>발전소>냉난방의 순이지만 2차 생성은 경유차>건설기계>냉난방>발전소>비산먼지 순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기존보다 경유차와 건설기계 단속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차 생성물의 주성분은 유기물질과 질산염, 황산염이었다. 올림픽공원 미세먼지(입자크기 1㎍ 이하)의 경우 유기물질(전체 성분의 30%)과 황산염(19%), 질산염(16%)이 대부분을 이뤘고 항공 관측에서도 유기물질(34%), 질산염(24%), 황산염(16%) 순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두 경우 모두 유기물질이 가장 비중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기물질은 VOC가 산화돼 휘발성을 잃으면서 입자상 물질이 달라붙어 만들어진다. 즉 2차 생성을 막으려면 VOC를 저감해야 하는데 지금껏 미세먼지 대책이 간과한 부분이다.

VOC 중에서도 톨루엔과 벤젠, 에틸벤젠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오존의 주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이강웅 한국외대 교수(환경학)는 “미세먼지와 오존 등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질소산화물뿐 아니라 그동안 놓쳤던 VOC 관리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VOC는 사업장과 도료제조·판매업체, 주유소 등에서 주로 배출되는데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알게 모르게 새나가는 VOC 양(비산배출량)은 전체의 61%나 된다. 그럼에도 2015년에야 HAPS(유해대기오염물질) 시설관리기준이 마련돼 관리가 시작됐다. 미국은 화장품, 바디·헤어 제품 같은 생활소비재에서도 VOC를 관리한다. 또 질소산화물은 노후 경유차 폐차 등의 정책에도 2011년 이후 계속 느는 추세다. ‘알려진 배출원’을 허술하게 관리하는 문제에 더해 ‘파악도 못하는 배출원’도 상당했다.

정부는 매년 배출원별 오염물질 총량을 산정하는데, 공동연구에서는 정부가 파악한 배출원의 배출량(배출계수)을 컴퓨터 모델에 넣어 산출한 예측값이 실제 관측값에 한참 못 미쳤다.

벤젠, 톨루엔, 자일렌의 경우 지상 배출 예측값이 실제 관측 평균값의 14∼61%에 그쳤다. 우리가 모르는 숨은 배출원이 있거나 배출 사업장에서 배출량을 축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