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주지검과 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5시쯤 약품 거래 관련 사기 사건의 피의자 휴대전화와 이메일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김한수 차장검사의 결재를 받아 법원에 접수됐다.
그런데 접수 30분만인 오후 5시30분 김 차장검사의 지시를 받은 검찰 직원이 착오가 있었다며 접수한 자료를 철회했다.
이에 담당검사는 영장 청구 철회 과정에 이석환 지검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대검찰청에 감찰을 요청했다.
이 지검장과 해당 사건 변호인이 사법연수원 동기(21기)로 알려졌다.
제주지검은 영장 청구를 회수한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인정하면서도 외부 압력이 아니라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검장이 당일 오후 4~5시 사이 사건을 살펴본 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가 상당한 데 굳이 압수수색이 필요하겠냐고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맞지만 법원에 접수되기 전에 내린 지시”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이 재검토를 요구한 사건은 피해금액이 크지 않아 차장 결재만으로 영장 청구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의자가 연루된 규모가 큰 다른 사기 사건 수사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두 차례 기각된 적이 있어 결재한 뒤 지검장에게 보고했다는 게 김 차장검사의 설명이다.
김 차장검사는 “압수수색건은 차장 전결로 처리 가능한 사건이지만 이미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돼 지검장에 올려보냈다”며 “지검장은 평소 현행범 체포나 영장 청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수수색 적절성에 대해 다시 검토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이미 담당 직원을 통해 접수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영장을 급히 회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담당검사에게 영장 청구를 취소한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영장 철회는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없어 법적인 책임을 물을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법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당시 담당 직원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영장 청구서를 돌려준 것이 맞다”며 “영장 철회에 대해서는 사실상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영장 철회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제도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며 “제도 마련 전까지 향후 영장 철회건에 대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