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은 헌재소장 임기 규정이 없다.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111조 4항)와 ‘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한다’(112조 1항)는 두 조항이 전부다.
1988년 헌재 창설 후 한동안 청와대는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한다’는 규정을 우회해 ‘재판관 겸 소장’을 바로 임명하는 길을 택했다. 초대 조규광, 2대 김용준, 3대 윤영철 소장이 모두 이렇게 탄생했다. 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소장 임기를 시작한 만큼 이들은 재판관 임기 6년을 고스란히 소장 임기로 보장받았다.
그러자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은 분명히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한다’고 돼 있는데 전 명예교수는 이제 재판관이 아니므로 소장이 될 자격을 잃었다는 취지였다. 여야 간의 지루한 공방 끝에 전 명예교수는 헌재소장 후보자에서 물러났다.
2013년 4월 박한철 당시 재판관이 5대 헌재소장에 임명될 때 소장 임기를 둘러싼 논쟁이 또 불거졌다. 이미 재판관으로 2년3개월가량 일한 그는 “재판관 6년 임기가 끝나는 2017년 1월31일 소장 임기도 함께 끝난다”고 못박고 약속대로 올 초 물러났다. 이로써 4대에 걸쳐 6년씩 보장된 헌재소장 임기가 5대에 이르러 3년9개월로 단축됐다.
헌법에 뚜렷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헌재소장 임기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할 방법은 없는 걸까. 박 전 헌재소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헌법재판소법에 ‘헌재소장 임기는 6년’이라고 규정하면 누가 소장이 되어도 6년 임기가 보장된다”며 헌재법 개정을 대안으로 들었다. 하지만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헌법에 ‘헌재소장 임기는 6년’이란 명문규정이 없는 한 하위법인 헌재법에 소장 임기를 규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소장 임기를 명확히 하는 길은 개헌뿐이란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