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자진출석' 우긴 최순실, 증언은 거부… 재판부 "왜 왔나?"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자진출석한 것’이라고 우기면서도 정작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증인 신문엔 “답변을 거부한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재판장이 “그럼 왜 나왔느냐”고 묻자 뻔뻔하게도 “나오라고 하니 나왔다”고 답해 방청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오전 최씨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 관련 증인으로 불렀다. 최씨가 혹시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비해 구인장이 발부됐다. 최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이 점부터 트집을 잡았다.

“오늘 구인장을 발부받았습니다. 전 자진으로 출석하려 했는데 좀 당황스럽습니다. 오늘 자진 출석한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최씨)

“피고인의 혹시 모를 사정에 대비해 발부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재판장)

특검이 증인 신문을 시작하자 최씨는 갑자기 딴 얘기를 늘어놓았다. 올해 21세로 법적으로 성인인 딸 정유라씨가 순전히 자신의 결단으로 법정에 출석해 삼성의 말 지원 등에 관해 솔직한 증언을 했는데 마치 특검팀의 ‘막후공작’이 있었던 것처럼 몰아붙였다.

“전 이 재판에 나오려 했는데 갑자기 유라(정유라)가 나오는 바람에 혼선을 빚었습니다. 걔를 새벽 2시부터 오전 9시까지 어디에 유치했는지 부모로서 당연히 물어봐야 할 사항입니다. 그건 위법한 증인 채택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특검에서 두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라, 그리고 삼족을 멸하고 우리 손자까지 가만 안 두겠다. 그런 무지막지한 얘기를 1시간 들었습니다. 제가 특검에 증언할 수가 없어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최씨)

조금 전까만 해도 자진출석이라고 우기던 최씨가 기껏 내놓은 말은 “증언을 거부한다”였다. 어이가 없어진 재판장이 “그럼 왜 나왔느냐”고 묻자 이번엔 “나오라고 하니 나왔다”고 둘러댔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증언을 거부하겠습니까?”(재판장)

“네. 제가 그 이유를 말할 수 있게 해주세요.”(최씨)

“아까 제가 말했죠. 이 자린 증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게 아니라 답하는 자리입니다. 다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일단 질문 들어보고 증언 거부할지 여부 결정하시고 답할 수 있는 부분은 답하고 하세요.”(재판장)

재판장의 명령에도 최씨는 특검팀 신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무성의한 대꾸로 일관했다. 특검팀이 서둘러 신문를 마치자 재판부는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에게 변호인 반대신문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반대신문 사항을 준비했는데 반대신문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송구스럽다”며 “오후에 다시 한 번만 개정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 요청을 받아들여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면서 오전 재판은 마무리됐다. 휴정 시간에 최씨는 이 변호사와 만나 향후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