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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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숨겨둔 말

신용목

신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느라 여름의 더위를 다 써버렸다. 실수로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구하기 위하여 안개가 바닥을 어슬렁거리는 아침이었다.

비가 새는 지붕이 있다면, 물은 마모된 돌일지도 모른다.

그 돌에게 나는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었다.

어느날 하구에서 빗방울 하나를 주워 들었다. 아무도 내 발자국 소리를 꺼내가지 않았다.

-신작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창비)에서

◆ 신용목 시인 약력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