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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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빛 흐르는 '자연별곡' 힐링이 되다

김동철 작가의 감성풍경 외고집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김동철 작가에게 산과 강은 모태적 공간이다. 동강이 흐르고 태백산맥의 물들이 한강·낙동강·오십천으로 흐르는 발원지인 삼수령은 늘 어린시절 작가의 감성풍경이 돼 주었다. 성장해 서울을 오가면서는 안개 낀 양수리 두물머리 풍경에 매료되기도 했다. 인간에게 하늘과 땅과 물은 어머니 자궁 같은 곳이다. 그러기에 언제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힐링풍경이 돼 준다. 풍경은 언제나 실루엣처럼 흐릿하다. 빛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몸을 살며시 흔들어대는 수면위의 잔물결처럼 아련한 감정의 여운이 가슴에 밀려든다, 요즘 작가에게 파주 작업실 주변 풍경은 또 하나의 ‘자연별곡’이다.

“어찌 보면 진부할 정도로 평범하고 흔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흔하다해서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늘 아래 진부한 작품은 있어도 진부한 소재는 없습니다. 제 그림이 물 같은 휴식이었으면 합니다.”

그는 산색과 물색에서 힐링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수변의 공기와 햇살에서 답을 찾아가고 있다.

“햇살에 부서져 보석같이 빛나는 물비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에 화평이 찾아오지요.”

그의 최근작 작업실 숲길풍경은 안개에 갇혀있다. 고독한 작가의 길을 은유하고 있는 듯하다.

“때론 그림을 그리는 목적이 제가 생각하는 미술의 이상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인지 현실에 밀착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해야하는 것인지 방황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제게 그림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는 최근 근원적인 답을 칸트에서 찾았다. 칸트는 초월적 감성학에서 대상을 표현하는 능력인 감각과 대상으로부터 감각의 자료를 얻어내는 능력인 감성을 나눴다. 대상을 받아들인 감성의 농도가 표현에 반영된다는 지극히 간단하고 기본적인 원리다. “칸트의 논리가 저의 오랜 갈등을 해결해주었지만 동시에 저는 감성과 감각사이에서 놓이게 됐습니다.”

결국 그의 ‘자연별곡’은 자연과 그 사이에 감성과 감각의 거리에 관한 기록이다.감성과 감각의 거리가 짧은 그림들은 다른 그림에 비해 단시간에 완성된 것들이었다.

“예를들어 작업실 주변 숲 그림은 2주간 스케치와 작업계획을 세운 상태서 두 번의작업으로 완성한 것입니다. 감성과 감각의 거리가 짧았다고 할 수 있지요. 다시말해 감성이 감각에 잘 반영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비롯해 작가들이 자연(대상)에서 받은 감성(감동)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과 교감하려는 노력을 쏟는 이유다.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모나리자의 미소를 완성하기 위해 12년에 걸쳐 고쳐 그린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 올 초 발을 다쳐 한동안 거동이 불편했습니다. 부득이하게 이젤에 앉아서 작업하기 편한 소품들을 많이 제작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작업실 근처의 숲의 경치와 스포츠카와 정자, 여인 등 상상의 모습들을 조합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감성을 일궈내는 계기가 됐지요.”

그의 화폭에 흐르는 우윳빛 색채가 마음을 편케 만든다. 유백색의 달항아리에서 느껴지는 풍만함이다. 그의 초대전이 18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열린다. 

편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