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진부할 정도로 평범하고 흔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흔하다해서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늘 아래 진부한 작품은 있어도 진부한 소재는 없습니다. 제 그림이 물 같은 휴식이었으면 합니다.”
“햇살에 부서져 보석같이 빛나는 물비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에 화평이 찾아오지요.”
그의 최근작 작업실 숲길풍경은 안개에 갇혀있다. 고독한 작가의 길을 은유하고 있는 듯하다.
“때론 그림을 그리는 목적이 제가 생각하는 미술의 이상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인지 현실에 밀착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해야하는 것인지 방황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제게 그림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는 최근 근원적인 답을 칸트에서 찾았다. 칸트는 초월적 감성학에서 대상을 표현하는 능력인 감각과 대상으로부터 감각의 자료를 얻어내는 능력인 감성을 나눴다. 대상을 받아들인 감성의 농도가 표현에 반영된다는 지극히 간단하고 기본적인 원리다. “칸트의 논리가 저의 오랜 갈등을 해결해주었지만 동시에 저는 감성과 감각사이에서 놓이게 됐습니다.”
“예를들어 작업실 주변 숲 그림은 2주간 스케치와 작업계획을 세운 상태서 두 번의작업으로 완성한 것입니다. 감성과 감각의 거리가 짧았다고 할 수 있지요. 다시말해 감성이 감각에 잘 반영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비롯해 작가들이 자연(대상)에서 받은 감성(감동)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과 교감하려는 노력을 쏟는 이유다.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모나리자의 미소를 완성하기 위해 12년에 걸쳐 고쳐 그린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의 화폭에 흐르는 우윳빛 색채가 마음을 편케 만든다. 유백색의 달항아리에서 느껴지는 풍만함이다. 그의 초대전이 18일까지 갤러리 마리에서 열린다.
편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