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학생 감소 이유
미국 대학에서 남학생이 줄어드는 책임은 대학 당국에만 있지 않다고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Atlantic)이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남학생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대학 진학에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고 애틀란틱이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남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앞둔 시점에 이르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 자신이 대학 졸업장을 따려고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추려고 남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패트릭 멀로니 네이티버티 중학교 교장은 “대학 입학 담당관들이 남학생 유치를 위해 고등학교를 찾아갈 것이 아니라 중학교 또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남학생이 그만큼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남학생을 상대로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홍보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학생은 유치원에서부터 낙오
남학생의 ‘반(反) 학교, 반 교육’ 정서는 유치원 시절부터 싹이 튼다고 오하이오 커뮤니티 칼리지의 짐 셜리 교수가 주장했다. 그는 “남학생은 유치원 시절부터 여학생과 비교하면 읽기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secondary school)에서 여학생이 읽기 분야 성적이 남학생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남학생과 여학생 간 학력 격차는 중3, 고1 등으로 올라가면서 더욱 벌어지고, 남학생은 여학생에 밀려서 갈수록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어간다고 셜리 교수가 강조했다. 그러다가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교 2, 3학년이 되면 남학생은 공부에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 특히 저소득층 남학생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저소득층 남학생은 대학 진학 연령에 이르기 전에 이미 ‘경제적 절망’(economic despair)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위스콘신대 제란도 잭슨 교수가 강조했다. 저소득층 남학생은 경제적 절망감으로 인해 자신이 미래에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조차 품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잭슨 교수가 지적했다.
저소득층 남학생은 고교 졸업 또는 중퇴 이후에 대학 진학보다는 단순 노동직 일자리를 찾게 마련이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해도 4년 또는 6년 뒤에 단순 노동직 일자리에서 4∼6년 동안 일한 뒤에 받는 봉급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잭슨 교수가 설명했다.
미국의 도시 지역 저소득층이나 시골 지역 남학생이 자신의 주변에서 대학 졸업 후에 성공하는 남학생 롤 모델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도 대학 진학 포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미국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단순 노동직 일자리를 찾기가 더 쉽다. 주로 육체노동을 하는 일자리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졸자가 고졸 또는 그 이하 학력자에 비해 평균 56%가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남학생은 이런 사실에 둔감했다가 뒤늦게 대학 졸업장의 경제적 가치를 깨닫는다.
미국에서 고졸 또는 그 이하 학력의 남성이 단순 노동직이나 일용직 일자리로 살다 보면 소득 계층 사다리를 탈 수 없는 현실에 눈을 뜨게 마련이다. 열심히 일해도 대졸 또는 그 이상의 학력자에 비해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세상이 자신을 ‘루저’로 본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더욱이 단순 노동직 일자리는 소득이 낮을 뿐 아니라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고교 중퇴 또는 졸업 이후에 단순 노동직 일자리를 얻는 남자는 몇 년이 지나면 그러한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그런 남성은 보다 안정되고, 더 많은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잡으려면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나 일반 대학에 동급생보다 나이가 많은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남학생은 대학에서 여학생에 비해 졸업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남학생이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다가도 학업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