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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서 또 제외…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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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출처 놓고 이견… 인정 연기 / 구제위 ‘구제급여·계정’ 의견 분분 / 전문가 “의학적 기준 맞으면 급여… 그외엔 구제계정 지원하면 될 일” / 일각 “정부, 전문가 설득 실패 탓”… 태아피해 등 114명 추가 피해인정
천식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하려던 계획이 또 미뤄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폭을 넓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특별법)이 9일 시행됐지만 논의 속도는 여전히 ‘게걸음’이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구제위)는 10일 1차 회의를 열고 천식피해 인정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폐이외질환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천식을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에 포함할지 논의했다. 환경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4월 중 천식 판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넉 달이 지난 이날까지 매듭짓지 못했다.

이날 심의 테이블에 올라온 천식피해 인정기준안은 폐이외 질환 검토위의 전문가들이 검토해 마련한 것이다.

구제위는 천식 피해자 지원을 ‘구제급여’로 할지, ‘구제계정’으로 할지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급여는 폐섬유화 환자처럼 살균제와 상당한 인과관계를 보이는 환자에게, 구제계정은 피해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의학적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에게 지급된다. 구제계정은 전날 시행된 특별법에 따라 조성된 것으로, 구제계정이라는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더 많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이라는 두 개의 주머니 가운데 어디서 돈(지원금)을 꺼낼지를 두고 이견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폐이외질환 검토위에 참여했던 임종한 인하대 교수는 “1년 넘게 과학적 근거를 모아 (구제위에) 올렸는데 또다시 결정이 미뤄져 안타깝다”며 “의학적 기준에 맞는 이들은 구제급여로, 그렇지 않은 이들은 구제계정으로 지원하면 될 텐데 왜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구제위 내부 의견차가 있어 우리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에는 지원 기준을 정하고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의 ‘가르마’를 타는 것이 모두 구제위의 소관으로 돼있어 환경부가 직접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제위원장이 환경부 차관인 데다 환경부 국장과 복지부 공무원도 구제위에 참여하고 있어 결국 정부가 외부 전문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란 해석도 나온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가 소극적 행정을 펴고 있다”며 “이것이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진상규명이자 피해대책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구제위는 폐 섬유화 3∼4차 피해 신청자 1252명에 대한 조사·판정 결과를 심의해 97명을 인정했다. 이 가운데 3명은 과거 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이번에 재심사를 받았다.

지난 3월 의결된 태아피해 인정기준에 따른 첫 판정 결과도 나왔다. 1∼2단계(피해지원 대상) 폐 손상을 입은 산모의 태아 피해 42건에 대해 조사·판정한 결과 17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 중 7명은 이미 사망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