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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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복지 보따리 푼 정부… 5년 후 재정전망부터 내놔야

기초연금 인상 등 연일 발표 / 재원 마련 방안 보이지 않아 / 한은도 재정정책 우려 표명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어르신들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률 개정에 곧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은 향후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90만명을 새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일엔 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기초연금 인상에 21조8000억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에 9조5000억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30조6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 세금을 쏟아부을 정책을 내놓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재정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걱정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각각 60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야당들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재정 파탄이 눈앞에 보인다”고 비판했다. ‘선심은 문 대통령이 쓰고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는 자기들 단임 집권 기간만 생각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 정부냐”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어제 “문재인정부는 무리한 포퓰리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며 “5년 후 세금폭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장밋빛 세수 전망에 일침을 가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에서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2065년이 되면 지난해보다 세출 규모가 160조원 증가하는 반면 소비세를 제외한 세입 규모는 46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지출 수요는 급증하고 세입이 줄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복지 지출은 한번 늘리면 돌이키기 어려워 재정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장기적인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대로 가다간 5년 후 다음 정부는 빈 곳간과 엄청난 빚만 물려받게 될지 모른다. 정부는 이제라도 재정 추계를 세밀히 점검하고 운용계획에 무리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복지정책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가려 차근차근 시행해야 한다. 먼저 5년 후 재정 전망부터 내놓기 바란다. 그래야 나라의 형편을 생각하는 정부라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