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본부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버텼으나 과학계를 비롯해 야당과 시민단체 등 전방위 사퇴 압력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박 본부장은 이날 과기정통부를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5쪽 분량의 ‘사퇴의 글’에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저를 본부장으로 지명해 주시고 대변인 브리핑으로 또다시 신뢰를 보여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고 밝혔다.
사퇴의 글에는 사과의 뜻과 함께 황우석 사태와 관련한 해명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박 본부장은 “외국의 저명한 줄기세포 연구자들도 모두 감탄할 정도의 연구가 조작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라며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이 제 임기(청와대 정보과학기술비서관 재직)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박 본부장은 “과학자가 정부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정치교수가 되지 않는 꿈이 있었다. 정책과 과학연구를 넘나들 수 있는 정책광이 되고 싶었다”며 “그러나 이번 계기로 제 진정성과 인격마저도 송두리째 매도됐다”고 억울해했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자진사퇴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청와대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미·박영준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