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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심에서 공익제보자임을 인정받아 징역 및 집행유예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된 김은숙씨가 앞서 지난달 17일 청주국제공항에서 세계일보 취재진을 만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김씨는 “1심에서 제가 공익제보자였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었겠지만, 몰랐다는 게 실망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
상담소의 보조금 비리를 신고한 뒤 1심에서 연루 혐의로 징역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공익제보자로 인정돼 벌금형(200만원)으로 감형된 김은숙(48)씨는 14일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4월과 5월 H상담소 제주지부의 비리를 확인하고 상급기관과 지역 경찰청 등에 제보했지만 1심에서 공범과 똑같은 징역 4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항소했다.
김씨는 “공익제보한 것이 인정돼 무죄가 됐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설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위험을 무릅쓴 공익제보가 좀더 적극적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달 17일 청주국제공항에서 이뤄진 인터뷰와 함께 이후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이뤄진 김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2심에서 공익제보자라는 걸 인정받아 벌금형으로 경감됐는데, 소회를 말해달라.
“(1심 때의) 징역형과 집행유예가 아닌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벌금형을 받아 죄가 있는 것으로 판결이 나온 점은 아쉽습니다. 공익제보한 게 적극적으로 인정돼 무죄가 됐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설 수 있었을텐데…. 위험을 무릅쓴 공익제보가 좀더 적극적으로 평가받으면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가 활성화돼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지금 제 입장에선 벌금형이 나와도 벌금을 낼 방법이 없어 문제죠.”
―상담소의 보조금 비리는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는가.
“2008년 상담소의 제주지부 2대 소장이 취임했는데, ‘보조금을 이렇게 쓰자’고 직원 등과 모의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2011년 2월 입사했는데, 이미 4년 정도 그렇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던 거였죠. 앞에서 하던 걸 받아 했기에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죠. 그런데 2013년 11월 고모씨가 그만두면서 사업계획을 맡게 됐어요. 그때부터 ‘아닌 게’ 막 보이는 거예요. 새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걸 깨달았고 2015년 2, 3월 사업계획서 등과 통장 등을 대조해보고 가짜로 사업을 했다는 걸 확인한 거예요.”
김씨는 2015년 4월1일 상급기관인 도의회와 제주지방경찰청에 처음엔 익명으로 제보했고, 다시 5월18일 실명으로 다시 제보했다. 김씨는 소장 등이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돌아온 건 은폐 지시와 이를 거부한 김씨에 대한 해직 통보였다. 그는 그해 6월 해고처분을 받았다.
―해고 이후 어떻게 보냈는지.
“2016년 4, 5월에는 제주도 서귀포의 한 중학교에서 상담사로 근무했고, 그해 10월부터 3개월 정도는 요양원에서 근무했지만 다시 해고를 당했어요.”
―지난 2월 1심에선 왜 유죄 판결을 받게 됐나.
“상담소 소장이 (부정을) 지시했고, 저희가 그걸(보조금 비리) 했잖아요. 제가 한 것도 자수를 했으니까, 제가 한 부분에 대해선 죄(공모)가 인정되는 거죠.”
―1심에서도 반부패 행위에 대한 공익신고로 인정 받을 수도 있었을텐데.
“두번째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비리를 신고한 제) 편지가 나왔어요. 그래서 경찰관에게 ‘사실은 이것 내가 보낸 거다, 비밀을 지켜달라.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니까 ‘이것까지 진술을 하면 정상참작이 될 거다’고 했어요. 제가 아니면 이것을 찾아낼 수 없으니까요. 고민을 하다 진술서에 ‘3군데에 편지를 익명으로 보냈다’고 썼죠. 검찰에서도 조사받을 때 익명으로 부정을 신고했다고 진술과 함께 의견서도 제출했고, 재판부에도 제 의견서를 냈죠. ‘익명으로 (신고)한 것, 접니다, 정상참작해 주십시오’라고요. 물론 (판사 등이) 몰랐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서류가 워낙에 방대하기 때문에 안 읽어보면 몰랐을 수도 있었겠죠. 몰랐다는 게 실망스럽지만.”
김씨는 경찰에 무려 16차례나 출석해 수사에 협조하며 진실 규명에 앞장섰지만 지난 2월 제주지법 1심에서 상담소의 다른 직원 이모, 고모씨와 똑같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상담소 제주지부 소장은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 이후 어떻게 대응했나.
“지난 2월말 국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그때쯤 상담소가 폐쇄된다는 소문이 났어요. 그때부터 정신을 차린 거예요. 상담소가 폐쇄되면 제가 돌아갈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신분보장을 요청했죠. 참여연대가 지난달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기도 했고, 권익위에서 지난달 4일 공익신고자로 인정, 책임감면을 요청하는 내용을 재판부에 보낸 게 컸던 것 같아요.(권익위가 나름 역할을 한 거군요) 법원장 앞으로 보낼 수 있는 곳은 권익위 밖에 없대요.”
―간략히 자신을 소개해달라.
“전 6남매의 막내로 제주에서 태어났는데 7살 때 부모 모두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학교도 원활하게 다니지 못했죠. 21세에 결혼을 했고요. 부자였다가 망한 시댁은 빚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남편과 저는 세탁소를 열어 20년간 운영하면서 그 빚을 다 갚았어요. 가족들이 고생한 것은 말도 못하고요. ‘이제 좀 살만하다, 이제 우리 돈 모아서 집도 마련하고 그럽시다’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게 된 거였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예정인가.
“잘 모르겠어요. 앞이 잘 안 보여요. 저는 상담을 하려고 올인을 했는데, 상담소가 이렇게 돼버렸잖아요. 다른 곳에 들어가려고 해도 계속 거절당하고.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고 저는 예측을 못했어요.”
청주=김용출·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