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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트럼프, 김정은과 ‘치킨게임’에서 기선 제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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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미국령 괌 포위 사격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말 폭탄’을 쏟아내며 미국과 일전불사의 의지를 과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및 ‘군사적 해결 준비 완료’ 등의 엄포에 김 위원장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위협을 겨냥해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한다면 급속하게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괌은 잘 보호돼 있다”면서 “만약 미국을 향해 사격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 관행을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TR은 미 무역법에 따라 조만간 조사에 착수하며 그 결과에 따라 미국이 중국에 무역 보복을 가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협력하면 무역 분야에서 중국에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중국이 끝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왔다고 평가하고, 그동안 유보해온 통상 보복의 칼을 빼 들었다. 미국은 중국이 이번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입장을 바꿔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면 대북 무역 보복의 수위를 낮출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위협하는 동시에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다시 도발하는 게 시간문제일 뿐이다. 또한 중국도 미국을 상대로 맞보복에 나서 미·중 간 전면적인 통상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청률 끌어 올린 트럼프의 원맨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직접 ‘말 폭탄’을 투하했다. 그의 대북 위협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과도하고, 북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미국 안팎의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선언이 있을 때마다 렉스 틸러슨 국무,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나서서 ‘톤다운’하느라 바쁘다. 틸러슨 국무, 매티스 국방장관은 14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공동 기고문을 게재해 “북한과 협상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 심대한 파문을 일으킨 ‘대북 군사 해결책 준비 완료’ 등을 선언하면서 그의 외교·안보팀과 사전에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직감에 따라 미국이 직면한 최대 안보 위협에 즉흥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뉴요커는 “전쟁광 트럼프의 입을 어떻게 틀어막아야 하는가”라고 한탄하는 기사를 실었다. 뉴 리퍼브릭은 “대북 위협 발언을 계속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차제에 미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슬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곧 미국의 외교, 군사 정책이고, 이것을 북한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서울과 괌 주민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손해 볼 것 없는 북·미 대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려 든 상태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시시각각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전 국민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 폐지 실패 등으로 인해 궁지에 몰려 있다. 최근에는 버지니아 주 샤롯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 범죄에 우물쭈물 대응하다가 각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갤럽 조사에서 34%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문제로 위기를 조성하면 ‘안보결집효과’에 따라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미국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의회와 예산 전쟁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방 예산 자동 삭감 조치인 ‘시퀘스터’를 중단하고,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국방 예산 확보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트럼프가 민주당 의원 등 국방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정치인을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는 명분이 북한 위기”라고 강조했다.

◆중국, 트럼프에 굴복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연일 진군나팔을 불자 중국이 움츠러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71호 채택에 따라 북한산 석탄, 철광, 납 등의 수입 금지 조처를 단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중국은 또 관영 언론 매체를 통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중국이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CNBC 방송은 “중국의 중립 선언은 곧 미국 편에 서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CNBC 방송은 “중국이 북한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위협 발언으로 출렁거렸던 뉴욕 증시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CNBC는 “만약 대북 제재 조치가 먹혀들어 북한이 ICBM 도발을 중단한다면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실패작으로 여겨졌던 대북 정책이 올해 최고의 외교적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인해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입으로 중국의 팔목을 비트는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 같다고 CNBC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