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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엔 대화카드 美 일방통행은 견제…'한국 운전자론' 재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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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힘 실은 ‘베를린 구상’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오로지 평화적 해법만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하며 북·미간 대치로 흔들렸던 ‘베를린 구상’에 다시 힘을 실었다.

◆“대한민국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불가”

집권 첫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새 정부의 정제된 국정 기조를 천명하는 연설로서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역대 대통령은 ‘10년 내 자주국방 역량 구축’(노무현), ‘저탄소 녹색성장’(이명박),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박근혜) 등의 굵직한 구상을 임기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 담아냈다. 문 대통령 역시 청와대 참모진이 장기간 머리를 맞대 초안을 짠 연설문을 최근 3일 동안 직접 다듬었다.

원고지 총 53장 분량의 연설중 약 19장이 할애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정부는 현재 안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7월11일 국무회의)”이라고 개탄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한국 운전자론’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거친 설전 속에 한국이 소외·배제된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까지 나온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해법 도출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광복절 노래 합창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나란히 앉은 애국지사·독립유공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특히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북한 도발 사태에 대응하고 협력해나간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부의 원칙은 확고하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라며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괌을 향한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등 향후 북·미 대립이 폭주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떠한 군사적 충돌도 당사국으로서 동의하거나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제재와 대화는 선후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적어도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경우 북한의 체제 보장은 물론이고 남북 경제교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의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대북 제안이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잇단 대화 제의에 전혀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천명한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의구심을 버리고 베를린 구상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기존 남북합의의 상호 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 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