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시점을 레드라인이라고 공개했다. 레드라인은 한·미 간 대북 무력 사용의 기준선으로 인식되는 민감한 용어다.
문 대통령 언급에 따라 우리 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레드라인에 대한 일반대중의 궁금증은 해소됐으나 군사전략적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에는 그동안 레드라인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그래서 정부는 레드라인이 뭔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 |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우리 군도 미국과 같이 구체적인 레드라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아예 레드라인이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송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 설정에 대해 “(우리가) 레드라인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니고, 외교적 수사로서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특히 레드라인 발언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최소 1∼2년 내에 핵탄두를 ICBM에 탑재하는 무기화에 어느 정도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밝힌 기준에 따르면 무기화에 성공하기 전 향후 실시하는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은 모두 레드라인 안에 있게 된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이 조금 더 도발해도 괜찮겠다고 오판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솔한 발언”이라며 “미국이 의도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레드라인을 우리 쪽에서 먼저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민서·김예진 기자 worldp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