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링크된 고등학교 내신 성적표를 보니 95.50점인 학생은 3등급, 95.49점 학생은 4등급이었다. 불과 0.01점으로 등급이 갈린 것이다. 95점을 받고도 4등급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어느 학부모는 “문 열고 들어간 과목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밀고 벌떡증이 난다”고 댓글을 달았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이 논란이다. 개편안의 골자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수능부터 절대평가 적용 과목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학부모는 2개 안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다. 절대평가 과목이 많아지면 정시 변별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대학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수시 의존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3년 내내 수능을 치르게 하는 학생부교과(내신) 경쟁도 문제지만 절대평가 확대 반대론자들의 ‘주적’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노무현정부 말기 황폐화한 고교 교실을 살리고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전형이지만 수험생·학부모들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부모의 지원 여하에 따라 ‘스펙’이 달라지는 탓에 ‘금수저 전형’으로 통한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정황증거는 넘친다. 포트폴리오 자문료가 3000만원 정도라느니, 일부 학교에서는 될 성 부른 나무에게만 교내 상을 몰아준다느니 하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론도 그렇다. 고교생 1만5765명을 대상으로 한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의 ‘대입 전형별 공정도’ 인식조사 결과 정시(4점 만점 중 3.13점), 학생부교과(2.72점), 논술(2.70점), 학종(2.66점) 순으로 공정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가장 공정한 전형이라고 여겨지는 정시보다는 학종을 통해 대학에 들어온 저소득층 자녀가 많았던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을 많이 받는 대입 전형은 수능(90.8%)과 내신(89.5%), 논술(88.2%), 학종(77.6%) 등의 순이었다.
얼마 전 학종의 폐해 여부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전형적인 중산층 학부모였기에 “학종이 흙수저들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많죠”라고 물었는데, “아뇨, 저희 애는 학종이 없었다면 어떻게 대학 갔을까 싶어요”라는 대답을 들어 조금 의아했던 적이 있다.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의 함정이 있듯이 긍정적 연구분석 결과도 표본설계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학종에 대한 인상평이나 연구 결과가 사실과 다를 수 있듯이 가장 공정한 전형일 것 같은 수능 또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불공정한 게임일 수 있다. 이 같은 양비론이 내가 학력고사 세대이고, 이제 초등 저학년밖에 안 된 딸을 뒀기 때문이라는 자각을 하면서도 이번 수능 개편 논란이 과반이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민 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