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만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의 현장관리팀 유영진(44) 차장은 정비소로 옮겨지는 자전거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깔끔하게 이용해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있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망가진 채 정비소로 들어오는 자전거들이 많아 정비사들의 고충은 만만치 않다. 정비가 필요한 자전거는 하루에 70∼100대. 정비사 한 사람당 15∼20대를 수리한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따릉이 수난시대’란 말을 떠올릴 만한 풍경들이다. 일부 시민의 부주의하고 주인의식이 결여된 행태 때문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훼손이 잦고 부품 교체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의식의 제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전거 정비사들이 전하는 훼손, 고장의 형태는 다양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정비반에서 근무하는 표현(51) 주임은 “커터칼로 자전거 여러 대의 안장을 그어 아예 못쓰게 하는가 하면, 안장을 아예 뽑아가 버리기도 한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또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이용하다가 바구니에 구토를 해놓은 경우도 있더라”고 전했다. 조원래(43) 주임도 “간단한 소지품을 보관하라고 만든 바구니에 컵이나 각종 전단, 음료병 등을 버리고 가는 게 비일비재하다”며 “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에 수리비도 상당히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0월 2000대로 시작해 5600여대로 증가한 1년 동안 1억4900여만원의 수리비가 들었다. 올해에도 9100여만원이 정비 예산으로 잡혀 있다. 연말에 자전거 거치대 수리·교체 비용까지 산출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공단 관계자는 전했다.
고의로 망가뜨린 게 명백해도 수리비용을 청구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따릉이 이용약관은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파손에 대한 수리비용 청구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만 파손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유 차장은 “이용자에게 전화해도 본인이 망가뜨렸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지난달 양심적인 운전자가 실수로 거치대를 망가뜨렸다고 연락을 해와서 비용을 청구한 것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운영주체인 서울시의 고민도 깊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공적인 공공자전거 정책으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에서도 초창기 30%가량 파손되거나 도난당했다”며 “우리와 다른 점은 민간기업에 옥외광고권을 주고 공공자전거 운영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용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공공선과 공동체 문화가 약해진 사회 풍토가 원인”이라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사회적·교육적 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