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을 해온 임옥상(67) 작가는 지난겨울 광화문 촛불 현장에서 역사를 통찰했다. 자연스레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초대형 작품이 됐다.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는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의 ‘촛불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작품 앞에 선 임옥상 작가. 그는 “촛불 앞에 세상을 꿈꾸면 평화가 온다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
임 작가는 촛불 현장의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업을 했다. 촛불의 빛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토요일마다 촛불 현장에서 문화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거리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양한 작품이 됐다. 권력자와 재벌들이 함께 한 사진들의 하반신은 뱀들의 이미지로 얽혀 있다. 권력과 돈의 야합에 대한 풍자다.
임 작가는 “정권은 지지해도 권력은 지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권력은 늘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야 권력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도 서거 1년 전에야 겨우 화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체부) 장관은 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문화 개혁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리다. 설거지가 아닌 요리를 해 달라”고 독한 주문을 했다.
현재 공석인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대해서도 “관변을 발이 닳도록 뛰는 자들로 돌려 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논공행상은 물론, 문화의 언저리에서 권력의 눈치나 볼 언론계 주변인사나 어용 학계인사들도 적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늘 현실에 깨어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부터 9월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연천 유엔군 화장터를 그린 작품 앞에 선 송창 작가. 그는 영국군 화장자가 가장 많아 오른쪽에 영국을 상징하는 견종인 레브라도 리트리버를 그려 넣었다.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이다. |
송 작가는 “분단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관점에서 작업을 해 왔다. 요즘 작품들엔 꽃들이 붙여져 있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에 조화가 흩뿌려진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시작된 작업이다. 죽음의 구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전쟁을 비판하고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다. 임진나루를 건너 연결된 옛길 의주로의 풍경은 강한 통일의 염원으로 다가온다. 지난 16일 시작된 그의 개인전이 9월24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