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공항면세점의 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공항면세점은 어느 정도 적자를 안고 가는 사업이었다. 면세기업은 공항면세점에서 일부 적자를 보더라도 시내면세점 수익 증대를 통해 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적자 공항면세점을 유지한 이유는 브랜딩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 문제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시내면세점 실적이 악화하다 보니 이제는 공항면세점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7곳이 올린 연간 매출은 2조2938억원으로 세계 1위 수준이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면세점들이 지난해 공항공사에 지급한 임대료는 8656억원으로 공항면세점 전체 매출의 38%에 달한다. 올해는 실적 급감으로 임대료 비중이 40%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원석 경희대 교수·호텔관광학 |
물론 임대료는 입찰 참여기업이 자발적으로 써낸 가격이기에 공항공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공항면세점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허 취득 당시 면세점 영업환경이 지금처럼 악화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대중국 관계 개선을 기대했던 새 정부가 탄생했음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발사가 끊이지 않자 또다시 사드 배치 추가 얘기가 나오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중단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공항면세점의 손실은 불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대료 조정 등 특단의 조처가 없다면 공항면세점의 철수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돼버렸다. 어차피 인천공항의 T2 터미널이 곧 개장하면 T1 터미널 출국객수의 감소로 인한 임대료 인하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공항과 면세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도 시리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항면세점이 지불한 적지 않은 규모의 임대료를 마중물 삼아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자리 잡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13년 연속 흑자 경영, 8년 연속 공기업 신입 연봉 1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공사가 이제는 위기에 처한 면세점이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회생 카드를 던져주면 좋겠다. 그것이 인천공항도 살고 면세점도 사는 길이다.
서원석 경희대 교수·호텔관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