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의 한 부대 중대장 최모씨는 지난해 11월 초 초소 샤워장에서 병사 B씨의 오른쪽 허벅지 부분에 소변을 보고, 한 손에 자신의 소변을 담아 B씨의 머리에 부었다.
최씨는 이어 함께 샤워를 하던 소대장 C씨와 또다른 병사 D씨에게 B씨의 양팔을 붙잡으라고 지시한 뒤 면도기로 B씨의 음모를 자르려고 했다. B씨는 자신이 직접 자르겠다고 사정한 다음 면도기를 건네받아 스스로 음모를 모두 깎아야 했다. 이후에도 최씨는 손바닥에 치약을 묻혀 B씨의 성기 주변에 바르는 등 성적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최씨는 같은 달 말까지 4차례에 걸쳐 B씨 등 병사 4명에게 아무 이유 없이 비슷한 범행을 한 혐의(군인 등 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사법원은 최근 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씨의 이 같은 군 내 성 비위는 병사 D씨가 전역한 뒤 일반법원에 넘겨져 재판받는 과정에서야 드러났다. 최씨의 범행을 도운 D씨는 최씨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김정민) 심리로 지난달 3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제추행 범행에 가담한 피고인의 행동은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해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병사인 피고인이 중대장의 지시를 차마 거역하지 못하고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 본인 또한 중대장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당하기도 한 점,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처 이유를 설명했다.
D씨와 함께 최씨의 범행에 가담한 소대장 C씨도 같은 이유로 군사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