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DDT가 뿌려진 곳에서 울새가 죽고, 메추라기 알이 부화하지 못했다. 해충을 박멸해야 할 DDT가 해충을 잡아먹는 새를 죽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DDT는 사람과 가축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DDT가 몸속으로 들어가면 부신, 갑상선 등 지방이 많은 신체장기에 쌓여 당뇨와 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DDT는 빛이나 산화에 강해 땅, 물, 공기 등 자연계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토양 잔류 기간이 길어 무섭다. 미국 농약정보센터는 애초의 10분의 1로 줄어드는 데 50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9년부터 1971년까지 무려 954t의 DDT가 농경지에 뿌려졌다. 오는 2020년이 지나도 DDT는 토양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박찬준 사회2부장 |
정부가 지난달 30일 대통령주재 핵심 정책토의에서 내놓은 ‘축산 패러다임의 동물복지형으로 전환’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신규 축산농가에 사육공간을 넓히고 동물복지형 축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진즉에 도입했어야 할 방안들이다. 사육환경표시제 시행이나 2019년부터 닭고기와 달걀에 축산물 이력제 적용, 난각 표시제도 개선 등 ‘말의 성찬’이 차려졌다. 그런데도 DDT와 관련한 대책이 없었다. ‘앙꼬 없는 찐빵’이다. DDT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대지에 회복하기 힘든 생채기를 남긴다. 정부가 DDT 잔존 토양이 어느 규모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거 DDT가 살포된 곳인 줄 모르고 가축이나 가금을 방목하면 DDT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DDT 살포 농경지 파악과 아울러 DDT 반감기를 단축할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시설재배지와 논밭의 잔류농약을 분석하고 있다지만 축사시설이 조사대상에 빠져 있는 점은 개선할 부분이다.
농경지나 친환경 가금류 사육지 등의 토양 DDT 기준을 만드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영천 농장(DDT 검출량 0.469㎎/㎏)과 경산 농장(0.163㎎/㎏)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허술한 인증 기준 때문이다. 호주의 경우 가축 사육지의 DDT 기준은 0.06㎎/㎏, 가축 방목지는 0.1㎎/㎏이다. 제2의 경산·영천 산란계 친환경 농장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인증시스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자외선이나 천연물질을 이용한 계사 내 닭 진드기 제거기술 연구, 건강한 병아리 생산을 위한 종란에 영양물질 주입 기술,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이용한 바이러스 억제 사료첨가제 개발 등은 중요 과제로 삼을 가치가 있다. 앞으로 해충에게는 치명적이되, 이외의 곤충이나 천적, 수생생물, 토양서식 소동물, 작물 주변 식물 등 비표적 생물(nontarget organism)에게는 악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살충제가 많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숲 속을 거닐 때 귀를 간질이는 새소리를 듣길 원하던 카슨의 바람이 이뤄지도록.
박찬준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