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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은비 뇌사·사망 사건' 양부, 항소심서 징역 1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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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절차를 건너뛰고 데려간 3세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모(53)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백씨에 대한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은 1심과 마찬가지로 120시간으로 결정됐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내 김모(49)씨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 원심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백씨는 2015년 12월19일 서울의 A 입양기관으로부터 입양 전제 위탁(향후 입양을 목적으로 미리 아동을 인계받음) 형태로 은비(가명)를 데려다 키웠다. 그러나 은비는 지난해 7월15일 심정지 상태로 경북대병원에 응급후송됐다. 당시 은비에 대해 뇌사 판정을 내린 담당 의사는 은비의 온몸에 크기와 색이 다양한 멍 자국과 화상 자국이 가득한 것을 확인하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은비는 지난해 10월2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가정법원은 은비가 뇌사 판정을 받은 날로부터 1주일 뒤 입양 허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 전문가 소견 모두 인정

백씨는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은비가 대리석 바닥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기 때문에 머리를 다쳤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의학자와 담당 전문의 등 전문가들의 소견 및 증언을 인용해 백씨의 아동학대 사실과 이로 인한 뇌사 및 치사에 대해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은비의 머리 곳곳에 있는 상처는 법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할 때 넘어져서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특히 뇌간과 안구 손상을 들어 “피고인에 의해 손과 불상의 도구로 머리 부위를 맞아 뇌간 손상에 의한 뇌사 상태에 빠진 끝에 사망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비는 뇌사 판정을 받기 석 달 전 무렵인 지난해 4월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저나트륨혈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저나트륨혈증은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으로 아동학대의 대표적인 징후로 여겨진다. 그러나 백씨는 당시 병원 측에 “(은비가) 항생제를 과량 복용해 (이를 희석하기 위해) 약 1L의 물을 먹이고 구토시켰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피해자가 그 정도로 나트륨 수치가 떨어지려면 적어도 3L의 물을 순식간에 마셔야 하는데 이는 체중 15㎏ 내외의 3세 아동이 스스로 마실 수 있는 양으로 볼 수 없다”며 “체중 60㎏ 성인 기준으로 보면 10L 이상의 물을 단숨에 마신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은비가 경북대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후송될 당시 온몸에 있던 멍 자국과 화상 자국도 상당한 수준의 아동학대로 판단됐다. 담당 의사는 은비 양쪽 발바닥의 심한 멍에 대해 “그 정도까지 멍이 들려면 강력한 외력으로 적어도 수십 대 이상은 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양부 측 주장 신뢰 없고, 뉘우침도 없다”

재판부는 저나트륨혈증으로 입원한 사실과 신체의 멍 자국 등을 근거로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이전부터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신체적 학대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입양전제 위탁과 관련해서는 ‘은비가 친모를 떠나 양육환경이 수차례 바뀐 탓에 정서적·심리적으로 혼란을 겪은 뒤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했던 피고인으로부터 참혹하게 학대당하다 짧은 생을 마친 점’을 들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초범이고 지인들이 선처를 호소했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뉘우침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 측이 엄벌을 호소하는 점 등으로 인해 백씨는 중형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고, 아무런 저항도 못 하는 아동에게 일방적으로 해악을 가할 뿐 아니라 향후 성장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대신고 방해자들의 책임은 오리무중

‘은비 사건’은 입양전제 위탁 및 절차 소홀 등 국내 입양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난 사례였다. 이 과정에서 입양기관과 처음 은비의 학대 상황을 인지했던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이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은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원 판결로 양부모는 실형을 받았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전혀 처벌을 받지 못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오인신고로 바꿔 수사에 혼란을 초래했던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와 이후 은비와 친모의 접촉을 막았던 입양기관 관계자 등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아동학대 신고를 방해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대한 처벌의 기준도 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은비가 저나트륨혈증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입원했던 당시 은비의 몸에서 멍 자국·화상 자국을 목격한 담당 의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를 위해 출동했지만 백씨와 친분이 있던 소아과 C교수가 오인신고라며 이들을 돌려보내 은비의 학대 사실은 묻히게 됐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A 입양기관의 원장이 은비 친모의 면회, 언론과의 접촉을 수차례 제지한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도 공개된 바 있다.

입양기관 관계자와 의료인은 아동학대를 인지한 즉시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은 최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 등이 아동학대 은폐·축소행위를 할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의원은 “아동학대의 은폐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범죄행위”라며 “개정안을 통해 아동학대 은폐를 방지하고 아동학대 은폐 역시 큰 범죄임을 각인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