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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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과로·스트레스로 숨진 항공사 사무장, 업무상 재해”

모 항공사 사무장인 A(사망 당시 42세)씨는 지난해 1월 독일행 비행 근무를 위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본사로 향했다. 그러나 A씨는 같은 날 저녁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A씨 부모는 아들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A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10일 A씨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평소 앓던 고혈압이 심해진 상황에서 사망 직전 과로와 스트레스로 뇌출혈이 발생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혈압의 정상 수치는 수축기 혈압(최고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최저혈압) 80mmHg 미만인데, A씨는 2015년 10월 건강 검진에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각 164mmHg, 108mmHg에 달했다.

재판부는 2015년 A씨의 한 달 평균 비행 시간이 109시간 21분인 반면, 사망 전 3개월 동안에는 약 114시간 57분으로 늘어 해당 항공사 전체 승무원 평균 비행 시간보다 많은 점 등을 업무 부담 과중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근무 시간뿐 아니라 업무 강도와 책임, 휴무 시간, 정신적 긴장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도 A씨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비행 안전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승객의 다양한 요구에 친절히 응대하고 그 업무는 승무 계획에 따라 매우 불규칙하게 이뤄졌다”며 “A씨의 주된 업무 공간이었던 비행기 내부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지속되며 휴식처가 협소해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