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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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사 구분도 못하는 류 처장, 공직은 왜 맡고 있나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이번에는 여름휴가 기간 식약처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썼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어제 공개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불법 결제’ 사례는 총 9회에 달한다. ‘법인카드 사용 및 관리지침 5조’는 공휴일·휴무일, 관할구역을 현저하게 벗어난 지역 등에서는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류 처장이 휴가 중 부산지방식약청을 방문하면서 대한약사회 직원의 차량을 이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위 공직자로서 공사 구분의 기본개념조차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그가 휴가를 다녀온 시기는 ‘살충제 달걀’ 파동이 확산되던 지난달 7∼9일이었다.

류 처장은 식품대란의 원인을 규명해 신속 대처해야 하는 식품안전당국의 수장이다.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휴가를 갔더라도 돌아와야 하는 게 마땅한 처신이다. 류 처장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휴가를 냈다. 공무원 임용 이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연가를 허용하는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어긋난다.

식약처는 “휴가 중 법인카드 사용은 직원 격려 목적 등이었고 약사회 직원 차량 탑승은 우연한 일”이라며 “휴가는 내년 연가를 당겨 쓴 것으로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그 수장에 그 기관다운 해명이다. 탈법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공복정신에 부합한지 살피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 아닌가.

약사 출신인 류 처장은 그간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자질 부족이란 지적을 받았다. 살충제 달걀 파동은 물론 생리대 파문 과정에서도 오락가락 대처로 여성들의 불안과 분노를 증폭시켰다. 식약처는 당초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에 의뢰한 생리대 독성 시험 결과를 전달받았으나 결과 공개를 거부하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최근 모두 공개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8일 류 처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여권에서도 그의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 처장은 정부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말고 빨리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