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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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철강업계 맏형, 상생 실천 앞장

SK이노베이션 노사, 임금인상 물가 연동 합의/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외주비 1000억원 증액”
우리 수출의 버팀목인 정유와 철강업계에서 맏형 격인 기업들이 ‘서로 함께 살자’는 대화합의 지혜를 실천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해당 업계를 넘어 산업계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주말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물가(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관행처럼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씩 걸리던 임금협상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런 내용의 ‘2017년 임금·단체협약 갱신 교섭 잠정 합의안’은 8일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 73.6%로 가결됐다. 지난 4월 말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올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CPI인 1%로 결정됐다. 이번에 가결된 임단협 관련 조인식은 오는 12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열린다.

SK이노베이션은 “서로 수용하기 힘든 상승률을 제시한 뒤 밀고 당기는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날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노사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시에 해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에는 정유업계가 전례없는 호황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는 현실을 감안,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 30조원을 넘어 100조원 시대를 열 추진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가 확산하면 국내 노사협상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올해 8차례 부분파업으로 3만8000여대의 생산차질을 빚었지만 여전히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포스코는 사내하청업체에 지급하는 외주비를 1000억원 증액한다고 밝혔다. 사내하청업체 직원의 ‘두 자릿수 임금인상’을 위해서다. 앞서 외주사 노사 대표로 구성된 ‘포스코 사내하청 상생협의회’는 사회 통념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게끔 외주비를 올려달라고 포스코에 요구한 바 있다. 포스코는 “상생협의회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3년간 외주비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근무하는 외주작업 근로자 1만5000여명이 혜택을 받게 됐다. 포스코 노측도 올해 임금교섭을 회사 측에 위임하기로 합의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