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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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항공사·카드사만 미소짓는 황금연휴?

A씨는 "황금연휴 기간동안 소비가 늘어난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서울 시내 일반 상점이나 식당들 이때 거의 개점 휴업한다"며 "반면 해외여행 떠나는 이들은 급증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만 도움을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언제부턴가 일 안 하고 노는 날이 늘어났다. 생산현장이 둔화해도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과연 이런 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C씨는 "연휴가 길면 상당수는 해외로 나가 돈을 써 내수에 별반 도움이 안 되고, 관광수지 적자만 더 커질 뿐"이라며 "정부에서 진정으로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싶으면 바가지 요금부터 적극 단속해야 한다. 지자체 등에서 사실상 나몰라라 할수록 국내를 찾는 이들만 줄어든다"고 말했다.

D씨는 "해외여행 관련 카페에 가보면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하다. 국내보다 동남아 기준으로 해외여행이 싸다고 하지만, 그곳에 가서 쇼핑하다 보면 밖에서 쓰는 돈이 더 많다"며 "쓸 돈 다 쓰고, 집 없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밝혔다.

E씨는 "연휴가 길면 소비 자체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나올지 의문"이라며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명절 보너스 못 받는다. 그렇다면 신용카드나 각종 생활비 당겨 쓸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소비 증가냐"고 반문했다.

돌아오는 긴 추석 황금연휴가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다음달만 보면 일하는 날이 크게 줄어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휴에 각종 소비가 늘어나며 부정적인 효과를 만회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내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며 올해 추석 연휴는 이번달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최장 10일로 길어졌다.

지난해는 추석이 9월 중순이었고, 10월에는 3일 개천절에만 쉬었기 때문에 10월 조업일수만 따지면 차이가 크다. 일하는 날이 줄면 생산 감소는 불가피하다.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기본적으로 열흘 다 쉬는 분위기다.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생산 공장도 일감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지만 보통 공휴일에는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황금연휴' 생산·수출 감소 우려하는 목소리 높아

그렇다보니 생산과 수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은 한 보고서에서 "추석 연휴에 따른 근로일수 축소 등으로 4분기에는 한국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석 연휴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정 특성상 설비 가동을 멈출 수 없어 연휴에도 생산설비를 가동하며, 철강과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휴가 다음달 수출 규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겠지만, 연휴 전후로 당겨지거나 미뤄지는 것이어서 연간 수출 규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휴일이 늘어나면 가계소비는 늘어난다.

실제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던 2015년 정부가 광복절 전날이자 샌드위치 휴일이던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때 소비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당시 정부 분석으로 14일부터 3일 연휴 백화점 매출과 대형마트 매출이 1주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 26% 뛰었다. 야구장, 놀이공원, 박물관 등에서 입장객도 급증했다.

◆국내 소비 증대효과 예상보다 저조할 수도

문제는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직장인들이 많아, 국내 소비 증대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추석 연휴 해외 유명 관광지 항공권은 동나 구하기 어렵다. 주요 여행사 해외여행 상품 예약은 작년 추석 대비 2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가계 소득 증가율이 낮은 상황에서 서민들의 지갑이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장기 연휴는 국내 관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백화점 등에서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라면서도 "국내 가계 자금 여력과 북핵 문제로 인한 불안 등을 보면 소비가 얼마나 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황금연휴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