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관심을 모았던 석유·천연가스 금지는 단계적 금지로 절충됐다. 정제 석유제품은 연간 200만배럴(26만t)로 제한하고 원유 수출도 현 수준으로 동결됐다.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 봉화화학공장으로 넘어가는 연간 50만t의 원유는 손도 대지 못했다. 북한 입장에서 석유 제품의 절반, 원유를 포함한 전체 유류 수입의 30%가 축소된 셈이다. 최소로 원유 제재가 포함됐지만 유의미하지 않다.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에서 사라졌다. 선박제재도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 기존과 같이 검색이 불가능하다. 섬유 수출 금지로 연 10억달러의 외화 수입 축소가 핵심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은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언급한 이란식 핵 해법과도 맥락이 같다. 유엔 안보리는 2002년 이후 핵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이란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미국은 2010년 6월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최종 협상에서 ‘이란의 핵시설을 사찰하고,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가해졌던 각종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 실효성 있는 제재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과연 북한은 미봉책으로 포장한 안보리 제재 때문에 북핵 질주를 멈출 것인가. 정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연 10억달러의 현금과 30% 원유 수입 차단으로 군사도발을 멈추기를 기대한다면 김정은의 북한 체제를 파악하지 못한 증거다. 수소탄 실험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의 대가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선언한 김정은은 마이웨이식 도발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해 실전 배치를 위한 실험이 뒤따를 것이다. 아마도 1년 정도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다. 국제사회는 주기적으로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서해 백령도 연평도는 항상 북한군 기습 점령 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을 전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사용을 본격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반도 전술핵 배치 논의가 급부상할 것이다. ‘중국벽’에 걸린 유엔 대북 제재 결의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절감하게 한다. 북한 도발의 최전선인 한국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남성욱 고려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