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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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 “‘살충제 달걀’‘독성물질 생리대’ 사태는 정부의 소통 부족 탓”

서울대 교수들이 최근 논란이 된 ‘살충제 달걀’과 ‘독성물질 생리대’ 사태 악화에 ‘정부의 소통 능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며 “위해성 평가 방식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14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주최로 열린 ‘생활화학물질 사태와 국민안전’ 집담회에 참가한 최경호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사회의 화학물질 안전망에 구멍이 있고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지 며칠 만에 정부는 계란이 안전하니 섭취해도 된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국민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안심하라는 메시지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번에 한 물질씩, 그것도 알려진 독성 영향에 근거해 평가하는 현 위해성 평가 방식으로는 21세기 화학물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위해성 평가가 다양한 건강 영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통합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도 유럽의 화학물질청(ECHA)와 유사한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런 기관 설치로 각 담당 부처가 협력하고 사각지대 없는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이어간 유명순 보건학과 교수 역시 “정보의 정확성은 소통의 첫 단계이자 기본의 기본”라며 정부의 소통 능력을 재차 지적했다. 유 교수는 “정부는 계란의 난각(계란 껍데기) 코드를 잘못 발표해 국민의 신뢰를 고갈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직의 리더는 ‘끝났다’, ‘안전하다’ 등의 메시지를 선언하기보다 현재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정부는 소통 메시지의 정확성 강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주헌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는 “실험실에서 하는 독성 실험을 넘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인체 건강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가 위해성 평가의 최종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화학물질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국민에게 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균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심도 있는 위해성 규명은 학계에서 하고, 정부는 선제적으로 유해의심물질을 차단하고 관리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