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
과거 정치인들은 주로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과 같은 다소 무게감이 있는 TV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왔다. 정책이나 법, 사건 등 사회 현상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JTBC의 ‘썰전’ 이후 정치인들의 TV방송 참여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썰전’은 정치·시사 토크쇼로, 한 주의 정치·사회 이슈를 진보와 보수를 상징하는 패널 두명이 나와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표창원·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패널로 출연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특검 등 이슈를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패널로는 진보성향의 유시민 전 의원, 보수성향의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 출연 중이다.
강적들 |
외부자들 |
◆예능으로까지 뻗친 폴리테이너 러시
정치인들의 방송 참여는 토론 또는 토크쇼를 넘어 예능프로그램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종영한 KBS2 ‘냄비받침’에는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13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시작으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추미애 민주당 대표, 홍준표 홍준표 대표, 손혜원 민주당 의원, 나경원 한국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냄비받침’을 통해 정치인이 아닌 개인으로서 인간적이고, 대중적이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 방송 장면. 각사 제공 |
숏터뷰 |
SNS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한다. 개그맨 양세형이 진행하는 ‘숏터뷰’는 각 분야에서 ‘핫’한 인물을 만나 짧고 재미있고 핵심적으로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다. 양세형이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살려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초밀착인터뷰’나 ‘신조어인터뷰’ 등 다소 엉뚱한 방법으로 인터뷰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6월 시작한 ‘숏터뷰’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으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출연했으며,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인터뷰를 했다.
◆폴리테이너 예능방송 나들이…득실 잘 따져야
정치인들의 TV방송이나 인터넷방송 나들이가 정치와 대중의 거리를 좁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자칫 정치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당이라는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단체에 포함된 이상 정당의 입장에 맞는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치인들이 본인의 인지도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거나, 방송이 특정 정치인들만을 띄워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 체험하고 겪은 현실 정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제한된 경험과 당파성을 가진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옳은 것처럼 이야기할 경우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단지 웃음거리로, 희화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류홍채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치에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다만 유명 정치인들 위주로 출연시키지 말고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의 중립성을 위해 정치신인 등 다양한 정치인들이 출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