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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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북한 핵·미사일→한·일 핵무장→한·미 동맹 해체 가능성

북한이 핵무장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한 뒤 미국에 메시지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국주의자들(미국 등)의 무제한한 제재 봉쇄 속에서도 국가 핵 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인 만큼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 위협을 다루는 우리의 옵션은 효과적이고 압도적이라는 점을 어느 때보다 확신한다”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B2 장거리 전략폭격기 비롯한 첨단무기들을 둘러본 뒤 장병들에게 한 연설에서 “미 첨단무기가 미국의 적들을 산산조각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한 번 주변국과 전 세계에 완전한 경멸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군사적 옵션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고한다”면서 “군사 옵션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말 폭탄’을 주고받은 것과는 별개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저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에 대한 대응책은 대화, 제재, 군사 옵션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대화는 북한이 응하지 않아 가능성이 희박하다. 제재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등에 동의하지 않는다. 군사 옵션으로는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제 타격은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한국에서 수만∼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제 북한의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와일드 카드, 한국

미 후버 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Michael Auslin) 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안보 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현재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과 일본이 와일드카드로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슬린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협상을 바라고 있지만, 보다 강경한 대북 기조를 취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은 북한이 15일 발사한 화성-12에 대응해 미사일 원점 타격 훈련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 참수 부대를 곧 발족시킬 예정이다. 오슬린은 “일련의 사건 전개 속도에 이끌려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보복에 나설 수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무장

오슬린 연구원은 이보다 더 우려스런 현상은 한국의 정부 관리, 정치인, 여론 주도 인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1년 조지 H. W. 부시 정부가 한국에서 철수시켰던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그가 강조했다. 오슬린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필연적으로 동북아에서 핵무기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만 동북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비핵 국가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면 중국이 핵무기 전력을 대폭 증강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핵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 국민이 북한의 핵 인질로 살아가게 방치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확장 억지력과 핵우산 제공 약속을 다짐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완벽한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면 한국이 미국의 ‘빈약한’ 공약에만 의존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오슬린 연구원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보다는 보수적인 정치 지도자가 나서서 공격적인 대북 군사력을 확보하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딜레마

오슬린 연구원은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미국은 남·북한이 모두 핵으로 무장하는 사태를 방치할지, 아니면 주한 미군을 철수할지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이 모두 핵보유국이 되면 미국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주한 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남·북한이 핵 공격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는 한국 방어를 위해 남아있는 주한 미군의 존재 가치는 제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이 동북아에서 핵 군비 경쟁이 벌어지면 핵 다극화 체제 속에서 미국이 이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더는 할 수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면 자체 방어에 나설 수 있을 것이고, 이 상황에서 미군이 한국 등에 남아있다가는 미국 본토가 수소 폭탄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오슬린이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오면 미국은 한·미 동맹 체제를 계속 유지할지 심각하게 재검토하게 될 것이고, 이 문제가 중요한 전략적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