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으로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유치원 앞에서 한 유치원생과 어머니가 손을 잡은 채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
문제는 전국 4200여개 사립유치원의 40% 가량인 1800여곳이 몰려 있는 서울과 경기의 참여 여부다. 서울에는 사립유치원이 약 680개, 경기에는 약 1100개가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수업과 돌봄서비스 모두 중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각 시도교육청이 국공립유치원과 초등돌봄교실 등을 활용해 제공하기로 한 돌봄 서비스가 저조한 신청률을 보이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교육청은 서비스 신청서에 ‘안전사고 발생시 임시돌봄 기관에는 일체 책임이 없음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학부모는 17일 오후 5시까지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최대 규모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공·사립 차별없는 유아학비 지원’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부와 한유총은 이날 집단휴업 철회 결정 번복의 책임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이 그간의 노력과 상호 공감을 뒤로한 채 다시금 불법 집단휴원을 강행한다고 발표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철회 취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유총은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우롱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며 집단휴업 철회 번복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와 한유총은 지난 15일 간담회를 갖고 오는 18일과 24∼29일로 예고된 집단휴업 철회에 합의했다. 그러나 한유총은 이날 새벽 갑작스레 철회를 번복했다.
추이호 한유총 투쟁위원장은 “한유총 협상단과 교육부 간 물밑접촉으로 이뤄진 합의안이 공식 발표될 줄 알았지만, 교육부가 모호한 수식어로 이뤄진 하나 마나 한 협상안을 발표했다”며 교육부가 합의해줬다는 ‘협상내용’을 공개했다. 협상내용에는 학부모 직접 지원 방안 마련, 사립유치원이 참여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원점 재논의 등 전날 교육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보다 직접적이고, 수위가 높은 내용들이 담겼다.
이덕선(왼쪽 첫번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부이사장과 추이호(〃 두번째) 한유총 투쟁위원장 등이 16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교육부와 한유총 모두 합의문 마련도 없이 성급한 합의 끝에 집단휴업 철회를 발표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양측의 합의 내용을 공동발표할 때부터 관계자 간 말이 엇갈리는 등 이견을 보여 철회 결정 번복이 예고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희석 한유총 수석부이사장은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 간 지원금 차이가 커 사립유치원과 교사·학부모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며 “우리는 교육부를 믿고 휴업 철회에 합의했고 합의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한유총이 구체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밝혔다.
한유총 내 온건파와 강경파 간 이견으로 갑작스런 집단휴업 철회 번복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비판적 여론에 휴업 강행이 어렵다고 느낀 온건파 지도부와 투쟁위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빚어진 사태라는 것이다. 한유총 측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