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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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 뮤지컬 배우들의 '섹시동안클럽'… "하고 싶은걸 다 할거예요"

"웃기려고 만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뮤지컬 남성 배우들의 모임"

“‘어린 얼굴’을 의미하는 ‘동안’(童顔)이 아니고 ‘같은 얼굴’의 ‘동안’(同顔)이에요. 거기에 섹시(SEXY)를 더해 항상 같은 얼굴의 섹시한 남자들, ‘섹시동안클럽’이 만들어졌어요. 중학생때 얼굴이 지금과 같아요. 오히려 주변에서는 지금이 더 어린 거 같다고 하죠. 노안이었죠.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들의 모임이죠.”


지난달 초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개최된 ‘2017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은 ‘섹시동안클럽‘(이하 ‘섹동클’) 멤버 5명을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섹동클’은 한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섹시한 중년 남자들 6명의 모임이다. 멤버로는 최민철(42)을 비롯해 양준모(38), 김대종(38), 조순창(38), 문종원(39), 최수형(39)이 포함돼 있다. 이날 카페에서는 양준모를 제외한 5명이 모였다. 양준모는 일본에서 진행 중인 레미제라블 공연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섹동클’은 지난 2012년 5월 ‘뮤지컬 이야기쇼-이석준과 함께’를 통해 데뷔했다. 당시에는 최민철, 양준모, 김대종, 조순창이 함께했다.

“저희끼리 장난삼아서 이런(섹시한 동안 남성) 콘셉트로 공연을 하거나 모이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석준 쇼에서 섭외가 들어왔죠. 저희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4명이서 출연했죠. 그때가 처음이어서 발족식도 가지고, 노안에 대한 맹세도 했어요.”


당시 이들의 출연은 뮤지컬 팬들에게 큰 재미를 줬다. 1년 뒤인 2013년 8월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폐막갈라쇼에 초청돼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3일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이들의 3번째 정식 공연이 됐다. 무대 기획은 6명이 직접 했다. 특히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셀카동맹’은 이날에도 불렸다. ‘셀카동맹’은 뮤지컬 영웅의 ‘단지동맹’을 ‘섹동클’에 맞게 개사한 노래다.

“총 5곡을 불렀어요. 저희들의 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개사도 하고 무대 연출도 구성했어요. 오프닝 곡 ‘맨 오브 라만차‘(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남성적이고 폭발하는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내레이션도 넣고 전광판 등 시각적인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엘 탱고 데 록산느’(뮤지컬 ‘물랑루즈’)는 전문 무용수와 함께 탱고를 추면서 불렀고요. ‘벨’(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에는 양준모를 제외하고 5명 모두 연기한 적 있어서 선택했어요. ‘셀카동맹’(뮤지컬 ‘영웅’)은 저희들의 트레이드 마크이니까 당연히 했지요. 일본에 있는 양준모가 영상으로 참여했어요. 공연을 하기 전에 저희들이 일본에 가서 직접 영상을 찍었죠. 마지막은 저희도 진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반의 ‘All’Improvviso Amore’를 이탈리아 원어로 불렀어요.”


각자 개인 작품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임은 매번 화제를 몰고 왔다. 개인 활동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법하지만 오히려 “악역 등으로 고정된 이미지를 풀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도움이 많이 돼요. 저희들이 모두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뮤지컬을 할 때 악역으로 많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섹동클’을 통해 저희들이 부르고 싶은 뮤지컬 노래도 부르고, 하고 싶은 연기도 하다 보니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까? 살인자, 악당으로만 나왔던 전에 보단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희들도 ‘힐링’할 수 있고요.”

최민철은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 중이다. 양준모는 ‘레미제라블’을, 김대종은 ‘시라노’, 조순창은 ‘틱틱붐’, 최수형은 ‘프론티어 트릴로지’에서 활약 중이다. 문종원은 영화 ‘명당’에 출연, 촬영 중이다. 이들 모두는 현재 작품이 끝나더라도 곧바로 뮤지컬이나 연극 등 다음 작품 활동에 들어간다. 한동안 ‘섹동클’을 볼 수 없다.



“‘섹동클’이란 이름으로 공연을 하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쉽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하게 된다면 큰마음을 먹고 많이 준비한 뒤 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는데 그것(공연을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상상 같아요. 내년에도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이 개최된다면 또 참여하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거예요. 웃기려고만 하지는 않을 거고요. 저희는 우스꽝스러운 팀이 아니에요. 우리의 색과 존재감, 카리스마를 모두 보여줄게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