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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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4635만원 벌어 빚 갚는데만 1548만원 썼다

A씨는 "최근 대출 받아 집 산 사람들 대부분 30년 상환 조건이다. 이를 달리 생각하면 앞으로 30년동안 소비할 것을 현재로 당겨 집값을 올린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만 따져보면 20년 동안은 집값이 멈춰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일부 사람들은 빚을 지게 된 게 다 정부 탓이라고 하는데, 대출 받아 집 산 건 개인"이라며 "집값이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주택을 매입한 것인데 왜 이제와서 정부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C씨는 "빚으로 뭔가 소비했으면 그 채무를 갚는 게 상식 아니냐"며 "빚지기 싫어 차도 안 사고 집도 안 산 채 10년 넘게 '뚜벅이 월세' 살고 있는 서민들은 바보냐. 빚 져서 편히 누렸으면 이제 그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씨는 "남의 탓 하지 마라. 내가 빌린 돈이라 갚는 것이지 남의 돈 대신 갚아주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어찌보면 대출 받아 집 산 게 다행이다. 최저생활비조차 없어 폐지 줍는 이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E씨는 "서민들이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 산 이유는 집 없이 전세로 2년에 한번씩 이사하면서 돌아다니는 게 너무 힘들고, 주거 안정을 원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정권에서는 사실상 '제로 금리'였기에 그때가 내집마련의 적기라고 생각해 집을 샀던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대출 등 빚이 있는 가구는 벌어서 쓸 수 있는 돈의 3분의 1 이상을 대출원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 상환방식을 거치식에서 분할상환식으로 바꾸면서 가계의 상환부담이 증가, 단기적으로 소비 부진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보유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4635만원, 원리금 상환액은 평균 154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은 33.4%로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은 26.6%로, 30%에 미치지 못했지만 실제 빚을 지고 있는 가구만 따로 떼내 상환부담을 따져보면 이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빚 내서 집 샀더니 힘들어요?"

2010년 부채가 있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464만원, 원리금상환액은 826만원으로 소득의 23.9%만 빚을 갚는데 썼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은 2011년 25.5%(처분가능소득 3758만원·원리금상환액 959만원)에서 2012년 22.3%(3980만원·887만원)로 낮아졌다.

그러나 2013년 24.5%(4123만원·1012만원), 2014년 27.3%(4350만원·1187만원), 2015년 29.7%(4511만원·1341만원)에 이어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6년간 처분가능소득은 33.8% 증가한 반면, 원리금상환액 부담은 87.4%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부채 규모가 2009년 700조원대에서 지난해 1300조원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가계의 빚 자체가 증가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대출원금 상환 부담, 가계 소비지출 ↓…내수경제에 악영향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에 따라 거치식에서 분할상환식으로 부채상환 방식이 바뀌면서, 단기적으로 상환부담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가계부채 중 분할상환 비율은 2010년에는 6.4%에 불과했지만 2015년 38.9%, 지난해에는 45.1%로 증가했다.

정부가 가계의 과도한 상환부담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고 있어,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율 상승이 시작된 상황에서 한국은행마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출 가능 소득을 감소시켜 가계가 소비를 줄이도록 하고, 다시 내수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가계부채 증가는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통해 민간소비를 자극할 수 있으나, 부채상환 부담이 과중할 경우 단기적으로 소비를 줄일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2012년 이후 가계 평균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증가할수록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