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은 반도체 기술과 통신기술 등 전자기술이다. 19세기 최고의 이론물리학자였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자기 이론을 확립하고 전자파의 존재를 예측했다. 전자파를 실험적으로 발견한 사람은 헤르츠였다. 마르코니는 전자파 기술을 실용적으로 발전시켜 무선통신의 길을 열었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함께 진동하면서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전자파가 안테나에 닿으면 진동하는 전기장에 맞춰 전자가 움직여 전류를 만들고 이것을 전자회로에서 처리해 원하는 신호를 얻는다.
반도체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여겨진다. 이동식 저장매체(US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메모리 소자뿐만 아니라 신호처리를 하는 칩과 전자회로도 반도체로 만든다. 과거 초기 컴퓨터는 그 크기가 엄청났는데, 지금은 그 성능과 비교도 안 되는 놀라운 정보처리 능력의 컴퓨터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형태로 사람들이 갖고 다닌다. 더 빠르고, 전력소모가 적고, 작은 공간에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은 미세한 전류에 동작하도록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손톱 크기에 3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킬 수 있게 됐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 |
EMP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일시적으로만 전자장비에 장애를 주는 것이라거나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 두면 괜찮을 것이라 아는 것이다. EMP는 발생한 곳으로부터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파워가 감소한다. EMP가 얼마나 강력한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답은 ‘아니요’다. 보호책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레이더 등의 군사용 장비는 당연히 망가진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쏘아 비행체에 맞아 반사돼 오는 전자파를 증폭해 감지하는 장치로 엄청난 세기의 전자파인 EMP가 들어오면 과부하로 회로가 망가지게 된다. EMP의 영향은 거기 머물지 않고 스마트폰 통신 장치를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과 주소록 등의 정보도 모두 없앨 수 있다. 자동차도 전장사업이라 할 만큼 많은 전자부품이 들어가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화학공장의 안전장치도 해제될 수 있고, 신용카드도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EMP가 들어오면 그 혼란에서 벗어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금속 판막이나 철선으로 새장 형태의 보호장치를 만들거나 순간적 과전류를 빼내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전자제품에 일일이 이 전자파를 차폐시키는 조치를 하기는 쉽지 않고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통신 장비는 전자파를 발신·수신하기 위한 장치여서 무턱대고 차단하기도 어렵다. 원하는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의 전자파는 차단하지 않아야 하고, EMP로 나타나는 넓은 스펙트럼의 전자파는 차단해야 한다. 한마디로, 광범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을 만들기가 비용상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EMP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일부 방위산업체에서 대응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좋은 대책을 기대해 보지만 결국 최상의 방책은 EMP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