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신모(34)씨는 20대에 건강 문제로 큰 고생을 했다. 좀 벌레가 내부 장기를 파먹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결과 위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위벽과 십이지장 곳곳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위벽의 두께가 얇아져 투명한 색을 띠고 있었다.
담당 의사는 “일반적인 노인의 위도 이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며 “제때 끼니를 먹고 두부, 콩,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자주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신씨는 “취업 후에도 대인관계와 직무 스트레스, 업무상 술자리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20대의 상태는 지금보다 나빴다”며 “백수 청년 중에 잘 먹고 잘 자며 건강을 돌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을 일컫는 신조어 중 하나가 ‘N포 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 등 과거 세대가 통과의례로 여겼던 삶의 수순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마땅히 해야 할 ‘행위’만이 포기 대상에 포함됐지만 앞으로는 건강까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의 경우 2016년 환자 수가 50대(12만4639명), 40대(9만3369명), 30대(7만5951명), 20대(6만4497명), 10대(2만6165명) 순으로 많았지만 2012년 대비 증가율은 20대(22.2%), 30대(1.6%), 40대(-0.4%), 50대(-1.2%), 10대(-14.5%) 등 젊은 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알코올중독만 해도 40대와 50대는 5년 전보다 환자 수가 줄어든 반면 20대는 20.9%나 늘었다.
신체 건강도 나빠졌다. 20대 경추질환자 수는 2012년 12만4393명에서 2016년 15만8848명으로 6.3% 증가했고 척추질환자는 52만3261명에서 59만1099명으로 3.1% 늘었다. 윤 의원은 “비인간적인 경쟁과 학업·취업·육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가장 건강하고 활발해야 할 청년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며 “국가건강검진 제도에서 배제된 청년들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국민건강관리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스트레스와 건강 행동의 관련성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규칙적인 운동, 7∼9시간 수면, 아침식사,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같은 건강에 이로운 행동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은 “스트레스 고위험군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잘 실천하지 않는다”며 “통합적인 스트레스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