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인구학자들 사이에서 한해 출생아 수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30만명대로 첫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15만9600명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줄었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1월 전년보다 3.4% 증가한 것을 마지막으로 올해 5월까지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작년까지 그나마 한해 출생아 수 40만명선을 유지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소였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 전망치 42만4000명 보다 1만8000명 줄어든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출생하는 신생아 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출생아는 1970년대 한해 100만명에서 2002년에 49만명으로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40만명대로 추락했다. 세계에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 나면서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석기 부연구위원의 '최근 신생아 수 감소 추이와 그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출생아 수가 통계청 전망치 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들면서 2040년에는 20만명대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여성 인구와 연령별 사망확률 등을 토대로 합계출산율(여자 한명이 15∼49세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현재 수준에 머무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 출생아 수는 2040년 26만7000명, 2060년 2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출생아 급감은 청년실업 및 주거난 등 경제적인 이유와 양육부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청년실업·주거난·양육부담 등 복합적으로 작용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1.7명 수준으로 잠시 늘었지만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작년에는 1.17명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저출산은 고령화 속도를 높여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을 둔화할 수 있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이로인한 연쇄 작용 때문이라며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소비 및 투자 위축을 낳고, 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저출산이 결국 우리 미래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절벽 대책은 국가적 의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정권에서도 저출산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100조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출산율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용률·혼인율·땅값변동률 등의 외부적인 환경 요인이다. 고용률과 혼인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증가한다. 구직과 결혼이 쉬워져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출산율 낮은 국가 청년실업률도 낮을까?
저출산과 청년실업률 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 구조적으로 우리나라와 20년 정도 시차를 가진 일본은 약 20년 전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홍역을 치렀지만,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5.2%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20여년 전 일본의 저출산이 현재의 낮은 청년실업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럽에서 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독일의 올 6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6.7%로, 전체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임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출산율이 낮은 모든 국가가 청년실업률이 낮은 것은 아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독일보다 출산율이 낮지만 청년실업률은 각각 39.2%, 35.4%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독일은 경제성장률이 유럽에서 최상위 그룹이고, 노동수요가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고, 일자리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이같은 사실은 청년층 실업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높은 기업 경쟁력에 기초해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향후 중국도 '인구절벽' 가능성 높아…사업 의존도 낮춰야
향후 중국의 '인구절벽' 가능성이 높아 보수적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에 다가오는 인구절벽 충격’ 보고서를 통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15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급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상태에서 인구절벽으로 노후대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비가 위축하는 것은 물론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구인난, 임금 급등으로 인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점쳐졌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0%에 도달한 201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161달러에 그쳐,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긴 이후 같은 상황을 맞았던 미국·일본·한국 등에 비해 너무 일찍 ‘조로(早老)현상’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는 건설, 자동차 등 제조업 둔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철강 소비 전망 역시 밝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중장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기 보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인력 고령화, 노사분규 증가, 임금 급등 등에 대비한 노사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는 인구 전망에 기초한 유망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업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서 동시에 진행중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부상하는 장년층 시장 등 관련 사업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로 꼽혔던 대만과 싱가포르도 비슷한 처지다. 대만은 2015년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에 도달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계속 일을 하고 있어 총 인력규모는 아직 줄어들지 않았지만, 경제 성장의 엔진 동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는 싱가포르가 2020년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뒤 매년 2%씩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경제학자 헤리 덴트는 저서 '인구절벽'에서 "한국은 에코붐 세대(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가 적어 일본보다도 상황이 더 암담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