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21일 “25일부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에 9월 한 달간 시행하지 않기로 한 특근도 계속 억제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또 “향후 불가피하게 특근, 잔업이 발생할 경우 신규채용, 교대제 개편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이번 조치로 근로자들은 연 200만원 정도 임금이 줄게 됐다.
기아차는 이번 조치의 이유로 △근로자의 건강 확보 및 삶의 질 향상 △사회적 이슈인 장시간 근로 해소 △판매 부진에 따른 생산량 조절 등을 앞세웠다. 하지만 결정적 배경은 통상임금 패소로 보인다.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늘어난 만큼 사측은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작업은 폐지·축소해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등 휴일 근무를 의미하는 특근 수당은 평일에 비해 50% 높다.
기아차는 이번 조치가 정부 정책에도 부응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발전’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 2022년까지 연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생산량 감소 여파가 3000여개 협력사로 확산할 것이란 점이다. 기아차는 잔업 중단으로 예상되는 생산 감소가 연 4만1000대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국내 생산(132만대)의 약 3%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의 물량 감소는 협력사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은 결국 노사와 협력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