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계자는 “경주 이전 장소로 거론되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불상이 가서는 안 된다”며 “신앙의 대상인 불상이 박물관에 가면 전시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청와대 석불좌상의 제자리를 놓고 경주 남산이라는 의견과 도지동에 있었던 이거사(移車寺)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경주 지역에서는 불상의 출처를 이거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남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계종이 청와대 석불좌상의 이전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표면적 이유는 불상의 봉안처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불상의 조속한 경주 이전을 촉구한 경주 문화계는 이전 장소가 문제라면, 합의를 통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은 “국가 소유인 청와대 불상의 이전 장소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주로 논의된 이유는 안전하고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국립경주박물관이 싫다면 경주시청이나 불국사로 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쪽 보호각 안에 안치된 석불좌상은 8∼9세기 유물로 추정되며,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양식이 유사하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小平)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바친 것으로 전한다. 이후 1927년 경복궁에 새로운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신축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