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등 다중밀집시설에선 전문탐지장치를 활용한 ‘몰카 일제점검’이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관련 범죄 처벌도 강화된다.
정부는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특별 대책 마련을 지시한 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회의와 공개 토론회 등을 거쳐 발표된 이번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에 자주 이용되는 변형카메라 유통 관리부터 불법촬영 탐지 강화, 유포자 처벌, 피해자 지원, 인식 전환 등 단계별로 구체적 계획을 담았다. 정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이용 등 촬영 범죄’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몰카라는 용어가 범죄 심각성을 드러내는 데 불충분하다고 보고 대신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자는 등록을 해야 한다. 변형카메라를 구입할 때도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타인에게 양도할 때는 신고해야 한다. 변형카메라 유통 이력 추적 시스템도 구축된다. 또 내년부터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방송통신심의위가 유포된 불법촬영물을 즉시 삭제, 차단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가 시행된다. 정보통신사업자가 불법 영상물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면 삭제·차단 등의 의무를 진다. 삭제비용은 가해자가 부담한다.
단속과 수사도 대폭 강화된다. 불법촬영물 검출, 차단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이 적극 활용된다. 전문 탐지 장비를 추가 보급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함께 지하철 등 다중 이용시설의 몰카 설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해 국제 공조를 강화한다. 경찰청 내엔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팀을 운영해 신고, 수사 체계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도 강화됐다. 보복성 성적 영상물(리벤지 포르노)을 유포한 경우 벌금형은 불가능하고 5년 이하의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선 경제·의료·법률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종합서비스’가 마련되며, ‘몰카 근절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도 진행된다.
국무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디지털 성범죄 대책의 원활한 입법·예산 지원을 위해 국회에서 정부와 당정협의를 열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관련 예산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의 구체적 정책방안이 상대적으로 덜 제시됐다”며 “(경제부처에서) 속도감 있는 집행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은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중소기업·창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공급측면의 혁신성장을 강조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으면서 본격적인 혁신성장 띄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박성준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