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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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무서워… 아동학대 신고 꺼린다

‘특례법 3년’… 정착 위한 요건은 / 보육교직원·복지시설 종사자 등 / 신변보호 안 돼 신고 꺼려 문제 / 총 접수 신고 중 30% 수준 그쳐 / 미국 등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아
오는 29일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지 3년을 맞이하지만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덕분에 신고 건수는 법 시행 전인 2013년 1만857건에 비해 2015년 1만6651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아동학대 징후를 잘 포착할 수 있는 교직원과 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1만6651건 중 법적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4900건으로 전체의 29.4%에 그쳤다. 이는 호주(73%)나 일본(68%), 미국(58%) 등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신고의무자들을 직종별로 보면 초·중·고교 직원의 신고가 2172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602건)과 보육교직원(309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257명) 등의 순이었다. 의료인은 137명으로 전체 신고의 0.8%에 불과했다.

이같이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율이 낮은 것은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가해자의 보복이나 조직 및 상급자로부터의 불이익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은 수사기관이 아무리 신변을 보호하더라도 직업적인 특성상 신고자로 지목을 받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다”며 “결국 처벌을 받은 가해자로부터 협박이나 고성 등 업무방해를 당하는 것은 물론 분란을 일으켰다며 상급자에게 꾸지람을 듣는 경우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사 협조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신고를 한 뒤에는 진술서를 작성하거나 경찰서나 법원에 출석 요청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낭비되는 시간과 비용은 신고자가 ‘알아서’ 충당해야 한다.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중요한 이유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을 일반인보다 더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학대 의심 징후를 파악한 신고의무자들의 신고가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되는 비율은 76.1%로 비신고의무자(68%)보다 정확도가 높다.

복지부는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아동학대 의심 선별도구 개발이 대표적이다.

학대 의심 선별도구 개발을 수행 중인 서울대병원 곽영호 교수(응급의학과)는 아동학대의 대표적인 징후로 △부모의 거짓말 △아이의 발달상황에 맞지 않는 설명 △멍 등 상처 발견 △2세 미만의 아동이 출혈이나 골절이 있을 경우 △부모의 설명과 아이 상처 부위의 불일치 △아이의 부실한 영양 상태 및 옷차림 △아이와 부모의 정상적이지 않은 유대관계 등 8가지를 제시했다.

곽 교수는 “신고의무자는 직업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인보다 아동학대를 더 조기에 정확히 발견할 수 있다”며 “이들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공익제보자처럼 신변 보호 및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