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당시만 해도 ‘라면=뜨거운 국물’이라는 공식이 있었으나 과감히 이를 혁파했다. 팔도비빔면은 우리 전통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개량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라면을 차갑게 먹는 우리나라 첫 제품이었다. 액상 형태의 스프와 계절면이라는 개념도 팔도비빔면을 통해 처음 자리 잡았다.
그럼 팔도비빔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개발 당시 팔도의 제품개발팀은 전국 유명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등을 연구하며 매콤·새콤·달콤한 맛의 황금 비율 소스를 구현했다.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 스프 기술력과 최고의 원료를 앞세운 것이 팔도비빔면의 대표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출시 당시 팔도비빔면이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이었는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난다.
30여년 전만 해도 라면을 찬물에 헹군 뒤 소스에 비벼 먹는다는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뜨거운 상태에서 그냥 비벼 먹거나, 일반 라면처럼 끓여 먹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 엉터리 조리법으로 먹는 소비자가 워낙 많은 나머지 팔도는 아예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양손으로 비벼도 되잖아’라는 CM송을 제작해 홍보하기도 했다.
일부러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적용한 파란 색상의 포장지도 당시 라면 업계에서는 신선한 시도였다. 팔도비빔면의 파란색 포장지는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경쟁사들도 비빔면류는 대부분 파란색 포장지를 채용할 정도로 ‘비빔면=파란색 포장지’ 등식이 정해졌다.
현재 봉지 비빔면 시장은 2014년 630억원, 2015년 640억원, 2016년 730억원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팔도비빔면이 이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팔도비빔면의 인기에 힘입어 또 다른 히트 상품이 탄생했다. 지난 4월 팔도 기업블로그를 통해 만우절 이벤트로 진행한 ‘팔도 만능비빔장’을 실제 제품으로 선보인 것.
‘팔도 만능비빔장’(사진)은 팔도비빔면 제품에 들어 있는 액상스프의 노하우로 만든 요리용 특제 소스로 매콤한 마늘과 홍고추, 새콤한 사과과즙, 달콤한 양파를 넣었다. ‘팔도 만능비빔장’은 고추장 대신 넣어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거나, 삼겹살, 골뱅이를 찍어 먹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