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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왜 버그(오류)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하나" 게임 유저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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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게임에서 발견되는 버그(게임 오류) 화면.

지난달 초 40대 이모씨는 한 모바일 게임에서 접속 금지를 당했다. 게임 버그(프로그램상 결함에 의해 오류나 오작동이 일어나는 현상)를 악용했다는 이유였다.

사연은 이렇다. 이씨는 게임 속 동료와 함께 사냥을 하다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해당 게임은 장소를 입력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존재했는데, 특정 장소를 입력하니 대장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도착한 것. 당시 대장 몬스터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게임사에 의해 사용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상하다 여긴 이씨가 게임사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이내 “게임 정보에 대해서는 유저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실험해서 진행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씨의 게임 동료 중 몇몇은 ‘게임의 숨겨진 요소’로 여기고 대장 몬스터 방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편법은 아닐까 께름칙하게 여긴 이씨는 다시 한번 게임사에 "이상하다"고 제보를 했다. 


40대 이모씨가 모바일 게임회사의 고객 센터에 버그로 인한 이용정지가 억울하다고 호소한 뒤 해당 게임사로부터 받은 메일의 내용.

이후 게임사는 “게임 중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 금지 명단에 버그를 제보한 이씨와 동료를 올렸다. 이렇게 1주일간 ‘접속 제재’ 처분을 당했다는 게 이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4개월간 게임에 애정을 쏟으며 상위권까지 올랐던 이씨는 그동안 사용했던 돈과 시간을 생각하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접속금지 1주일은 상위권에서 밀려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뭐가 정상적인 게임 방법인지 설명도 없었고 이것이 버그라면 게임사 실수가 아니냐”라며 “제보를 했는데, 상은커녕 이용정지라니 이렇게 게임사 앞에 사용자는 '을'일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씨 외에도 버그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게임 접속 제한을 받은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사용자는 “아이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아이템이 사라지지 않는 방법을 발견해 사용했다가 제재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른 게임의 사용자는 “게임을 하다 숨겨진 '던전'(사냥터)이 나와 들어갔다가 제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게임 운영 미숙’과 ‘버그 악용’의 차이가 뭐냐고 입을 모아 하소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분쟁조정 상담 건수의 68.4%는 게임 관련이었으며, 그 중 상당수는 불법 프로그램이나 버그를 사용한 뒤 '억울하다'며 구제를 요청한 사례였다.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선 버그를 이용한 이의 적극적인 제재가 ‘게임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게임사 실수를 전가하는 건 너무한 게 아닌가’ 하는 반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게임사는 버그를 발견한 이용자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만약 버그를 신고하지 않은 채 고의로 ‘이득’을 얻거나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면 제재를 가한다. 게임 밸런스나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행위 등을 하면 역시 이용제한 사유로 삼는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은 완벽할 수 없다"며 "버그로 이용자에게 피해가 있었다면 보상하고 반대로 이득이 있었다면 회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재는 버그를 계속 악용할 시 한다”며 “사용자가 모르고 했다고 주장하면 소명할 기회를 주고 있으며 따로 조사절차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게임 내 버그 관리는 게임사가 정한 약관에 따라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처리되고 있으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위는 불법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용자만 제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