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묻자 망설임 없이 “규제 완화”를 꼽았다. 그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과도한 포지티브식 규제로 발목이 잡혀 초고속 인터넷망 등 탄탄한 인프라 환경에도 글로벌시장에서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수준의 규제환경이 필요하다”며 “해외에서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국내는 온라인 투자 일임이 금지돼 관련 핀테크 업체들이 서비스 출시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캐피탈타워 비바리퍼블리카 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 방안을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그는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 규제’(허용된 업무만 할 수 있는 전면 금지)에서 ‘네거티브 규제’(금지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허용)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보호만큼 편익도 중요하다”며 “한국은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지나쳐 온라인 자산관리 등 사람들이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권리가 경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에서 2015년 출시한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는 이달 기준 누적 다운로드 1100만건, 누적 송금액은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금융사고가 나지 않았다.
이후 토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해 4월 새로 설립된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초대 회장에 올랐다. 내년 4월까지 회장을 맡은 그는 임기 중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겪는 규제와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토스를 출시하는 데 약 2년이 걸렸는데 규제 문제로 1년, 시중 금융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다시 1년이 걸렸다”며 “국내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려면 규제나 파트너십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공통의 플랫폼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형 금융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소비자 금융정보를 벤처·스타트업을 위해 고객 동의를 전제로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금융기관 등은 소비자 금융정보를 다 갖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들은 이 정보를 이용하지 못한다”며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고객에 대한 금융정보가 없어 수준 높은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