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김정은이 지난 4월 큰 결단을 내렸다.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풀린 그는 WKBL ‘절대 1강’ 우리은행과 3년 계약을 맺었다. 큰 기대를 안고 택한 우리은행이었지만 그 팀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을 몇 번 마주했지만 소속팀에서 다시 만나니 그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만난 김정은은 “대표팀에 있을 때는 소속팀 선수가 아니어서 많은 부분 감독님이 조심스럽게 하셨던 것 같다. 단기간에 뭔가를 만들어 내야했기에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진 않으셨다”며 “우리은행에 와서 보니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지적하시는 등 더 살벌하고 무서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정은은 12시즌을 누비며 프로 정상급 포워드 반열에 올랐지만 요즘 농구를 새롭게 배우고 있다. 이전팀에서 스몰 포워드로 뛰며 주득점원을 맡던 그는 우리은행에서 파워 포워드를 겸해야 한다. 외곽이나 미들 라인에서 슛을 쏘기보다는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해야 한다.
김정은은 “예전에 외곽에 주로 있었을 때는 센터가 참 편해보였다. 윙맨들은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계속 움직이는데 센터나 파워포워드는 골밑만 지킨다”며 “그런데 그 일을 직접 해보니 너무 힘들다. 농구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 골밑 싸움이 이렇게 힘든 기술인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김정은은 “감독님이 수비와 리바운드를 매우 강조하신다”며 “수비에서 좀 더 버티고 끌고 나온 뒤 스피드로 제압하려 한다”고 전략을 소개했다.
신인상, 득점왕,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베이징올림픽 8강 등 선수 인생에서 여러 업적을 달성했지만 김정은은 리그 우승 반지를 한 번도 껴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우승 욕심에 우리은행을 택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안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우승 때문에 이 팀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운을 뗀 뒤 “확실히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몸도 아프고 마음에 상처도 받아 은퇴 고민도 여러 번 했는데 이대로 끝내긴 너무 아쉬웠다”며 “위 감독님과 전주원 코치님 이 두 분을 믿고 왔다. 이분들의 제 장단점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단 1년을 뛰더라도 정말 명예를 회복하고 떠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을 비롯한 우리은행 선수단은 추석 연휴에도 장위동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개막까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아서다. 우리은행은 오는 28일 오후 5시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인천 신한은행과 2017∼2018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김정은은 “시즌이 다가오니 더 긴장되고 떨린다. 통합 5연패를 해온 팀인데 파워포워드 자리가 약점이라고 언급되는데 내가 그 역할을 해야하니 좀 걱정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비시즌 때 훈련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부상을 당해 쉬고 있거나 대표팀에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많이 운동했는데 뭐가 두려울까 싶다. 걱정 반 설렘 반”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사진/최형창 기자 · W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