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와 기법은 달라도 수묵화의 정신세계는 그대로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이 다른 것이 아니고, 같은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죠.”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을 받은 동양화단의 마지막 세대라 할 수 있는 그는 10년째 연작 ‘신몽유도원도’를 그려오고 있다. 조선의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겹겹이 여러 산봉우리들이 안개와 구름에 휩싸여 몽롱하고 환상적인 화면을 보여준다. 초록 물결이 산과 강을 휘감은 여름 산수, 눈이 내리는 겨울 산수도 있다.
현실과 꿈이 어우러진 산수풍경을 그리고 있는 석철주 작가. 그는 “현실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점에서 꿈은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왔으니 표현기법도 변해야죠.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옛날과 똑같은 방법을 고수할 수는 없죠. 디지털의 픽셀, 즉 망과 그 사이 구멍을 통해 본 풍경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사실 그의 몽환적 기법은 여행 중에 착상된 것이다.
“강원도 정선에 갔을 때였어요. 여름철 민박에서 잠을 자다가 아침에 방문 앞에 쳐놓은 모기장으로 바깥의 풍경을 봤어요. 진짜 아름답고 몽환적이었죠. 저의 신몽유도원도 제작 기법이 그 당시 본 모기장과 그 바깥 풍경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해요.”
신몽유도원도 |
11일부터 내달 4일까지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신몽유도원도와 수석이 어우러진 신작을 선보인다. 현실을 상징하는 선명한 형태의 수석이 꿈같은 분위기를 역설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되는 세계지요. 인간은 시계추처럼 현실과 꿈을 오가면서 삶을 그려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0여 년간 하루도 붓을 놓지 않았다는 석철주 작가의 손끝에선 오늘도 꿈꾸는 풍경이 꿈틀거리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