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이기도 한 그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발언권을 주자 “본 의원은 이 재판소, 개헌 논의가 이뤄질 때 헌법재판소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당시 국감장에는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 등이 앉아 있었는데 김 의원 발언을 듣고 일제히 표정이 굳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헌재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려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는 “권한대행은커녕 재판관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며 “김 대행은 권한대행에서 당연히 사퇴하고 헌법재판관까지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거듭 언성을 높였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정성호 의원 등이 “어떻게 헌재 폐지 운운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는 등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헌재는 1988년 현행 헌법이 만들어질 때 처음 등장한 헌법기관이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한 9명의 재판관이 법률의 위헌심사, 비위 공직자의 탄핵심판, 위헌정당의 해산심판 등을 다루게 하자는 목적에서 도입했다. 애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 헌재는 이후 두 차례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하고 또 다양한 판례를 축적한 재판기관으로 우뚝 섰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9월 2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앞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김 의원은 전날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위해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하자”는 여당 의원들 주장에 완강히 반대하며 대법원을 ‘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이 대법원을 의식해 일부러 대법원이 좋아할 만한 화두를 꺼내든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태훈·배민영 기자 af103@segye.com